[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탤런트 류준열(30)의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24일 “류준열은 일베 유저가 아니다”라는 해명과 함께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그런데도 논란이 계속되자 류준열의 지인들이 나섰다. 자신들이 아는 류준열은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오해로 낙인을 찍지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류준열 20년지기’라고 밝힌 네티즌이 “준열이 절대 그런 친구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류준열의 출연작 ‘소셜포비아’의 홍석재 감독은 “여성혐오나 지역비하, 고인능욕, 극우적 시각 등등에서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보증했으며 홍하늘 PD는 “그릇된 의혹의 돌을 던져 상처를 입히지 말라”고 청했다.
류준열이 극우 지역감정 조장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연루 논란에 휩싸인 것은 4~5개월 전 자신의 SNS에 올린 암벽 등반 사진 때문이다. “엄마 두부 심부름 가는 길”이라는 글을 지목, 일부 누리꾼들이 류준열을 일베로 의심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인이 ‘두부 외상’으로 알려진 후 일베에서 절벽과 두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단어로 통하고 있다. ‘소셜포비아’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BJ ‘양게’ 캐릭터를 문제 삼는 이도 있다. 홍 감독은 “괜히 레퍼런스 BJ를 엉뚱한 사람으로 추천하는 바람에 쓸데없는 불씨를 심은 셈”이라며 “나한테 돌을 던져주세요”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류준열은 지인들의 호소에 앞서 직접 자신의 SNS에 해명글을 올렸다. “저는 일베가 결코 아니고 일베 언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 두부라는 단어를 쓰게 된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지인이 등반을 하는 사진에 ‘출근하러 가는 길’이라고 적은 내용을 재밌게 보았다. 저도 (등산하며) 사진을 많이 찍었고 그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지인의 표현을 빌려 글을 썼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두부와 콩나물 심부름을 가끔 했었기 때문에 두부라는 것은 심부름 내용의 일부였다.”
그는 “제가 존경하는 분이 저의 일베 해명 기사에 언급되는 것도 속상하다”며 “팬 여러분께 저를 좋아해주시는 마음이 부끄러울 일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과분하게 받고 있는 큰 사랑, 그 마음에 보답하도록 항상 사랑하고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좋은 배우로 활동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류준열 20년지기’는 “이번 사건은 가만히 있기가 힘들어서 준열이에게 얘기하고 나름 해명 글을 올렸다”면서 “준열이 절대 그런 친구 아니다”고 감쌌다.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떠나서 20년간 거의 매일같이 봐온 형제나 다름없는 ‘류준열’이라는 친구는 절대로 고인을 비하하거나 희롱하는 그런 친구가 아닐뿐더러 그랬다면 저와도 이렇게 깊은 관계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제가 고 노무현 대통령 좋아하는 거 알고 저한테 노무현 대통령 엽서도 선물해줬다”고도 했다.
홍하늘 프로듀서는 ““(류준열이 올린) 절벽 사진과 글로 촉발된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해당 포스트와 사진 등의 연관성은 이전 (류준열이) 공개했던 내용 등을 보면 오해가 불식될 것”이라고 적었다. 특히 “(영화를 찍으며) 몇몇 BJ를 모델로 삼아 연습하기도 했고 각종 커뮤니티도 찾아보며 관련 기사를 뒤졌는데 특정 BJ의 언급이 나오는 지점이 이 때문인 것 같다”며 “일베 가입 아이디라고 하는 지점은 다른 이가 고의로 류준열의 이메일로 가입해 인증 메일이 막 류준열의 메일로 넘어온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소셜포비아’는 한국 사회 인터넷 문화의 한 단면을 파고드는 영화다. 영화는 픽션이지만 몇 사건과 인물들은 실제 존재했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배우와 제작진이 이런 연구를 했다고 해서 일베 등의 사이트에서 주장하는 일부 의견에 동조하거나 그릇된 언사, 행동, 사상에 공감하고 동의하지 않았다.”
홍석재 감독은 “준열이는 정치의식이 뚜렷하고 건강한 친구이다.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옆에서 같이 본 사람으로서 보증할 수 있다. 류준열이 일베를 하지 않는다는 건”이라고 알렸다. “준열이랑 어젯밤 통화를 했는데 마침 통화하기 직전 일베 가입인증 메일이 날아왔다고 해서 그 얘길 한참 했다. 헛웃음도 나오고 살짝 소름도 돋았다.”
자책하기도 했다. “사실 준열이의 일베 논란에 어느 정도 원인 제공한 게 나라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괜히 레퍼런스 BJ를 엉뚱한 사람으로 추천하는 바람에 쓸데없는 불씨를 심은 셈이다. 그리고 준열이도 쓸데없이 연기를 너무 잘했다. 어쨌건 나한테 돌을 던져주세요. 누군들 이런 상황에 처하면 힘들지 않겠냐마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적 스탠스나 신념에 정반대되는 입장으로 몰릴 뻔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심지어 자기 때문에 필러버스터가 실검에서 밀리게 됐으니….”
이는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연예인 논란이 떠 대중의 관심을 분산시킨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18주 전에 올린 사진이 하필 24일 난리가 된 걸 가지고 어떤 사람들은 음모론이라고 할거다”며 “논리가 부족하다고. 네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거라고. 사실 준열이도 똑같다. 두부와 절벽을 놓고서 일베라고 단정 짓는 것 또한 사실을 놓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의 해석이 들어간 게 아닐까? 해석은 결국 욕망인 것 같다.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하게 된다”고 짚었다.
“난 두부라는 단어가 일베 용어인 줄 어제 처음 알았다. 끔찍한 건 일베 용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현실의 언어들이 점점 일베 용어를 피할 텐데 그럴수록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어휘가 줄어들고 자기 검열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거다. … 위험한 건 일베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자그마한 행동이나 판단이 다른 관점에서 보면 섬뜩하게도 일베스러워질 수 있다는 거다.”
자신 또한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인정하면서 류준열에게 “일베 낙인이 찍힐까봐” 우려했다. “나도 다르지 않다. 만약 준열이가 아니었다면, 준열이를 몰랐다면 나 역시 지나가면서 쟤 일베네라고 생각하고 넘겼을 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가지는 선입견이라는 게 쉽사리 바뀌지 않기에 이제 막 이름을 알리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준열이에게 혹여나 일베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어 “모든 것들이 너무 빨리 퍼져나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슬픈 건 그 중 악의를 띈 것들이 더 빨리 전염되고 더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그냥 현실이 소셜포비아다”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소속사는 류준열의 아이디를 도용한 네티즌과 일베설을 최초로 유포하고 허위 사실이 담긴 글을 여러 사이트에 게재한 네티즌을 경찰에 고소하고,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