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경숙 기자]한 날 한 시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같은 날 쇼케이스를 여는 두 걸 그룹 '러블리즈'와 '트와이스'에게 비교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두 시간 간격으로 열린 쇼케이스 현장, 집요하게 경쟁을 붙이는 언론에 굴하지 않고 두 소녀 팀은 서로에 대한 질문에 의연하게 답했다. 공통적인 답은 결국 두 팀의 음악적인 결이 전혀 다르다는 거다.
"'트와이스'는 신나고 펑키한 음악을 하는데 '러블리즈'는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해요."('러블리즈' 수정), "색이 다르기 때문에 즐겁게 같이 활동하고 싶고요."('러블리즈' 진)
"'러블리즈' 선배님의 뚜렷한 콘셉트를 보면서 저희만의 색을 찾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 면에서 배우고 싶고 같이 활동하게 돼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트와이스' 지효)
◆'트와이스', 같이 뛰어놀고 싶은 소녀들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먼저 두 번째 미니앨범 '페이지 투(PAGE TWO); 쇼케이스를 연 '트와이스'의 강점은 에너지다. 치어리더를 콘셉트로 '트와이스' 특유의 밝고 건강함을 극대화 했다.
"더 건강해지고 발랄해졌어요. 대중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정연)
타이틀 곡 '치어 업(CHEER UP)'은 힙합, 트로피컬하우스, 드럼·베이스 장르를 섞은 컬러팝 댄스 장르다. 음원차트에서 롱런하며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데뷔곡 '우아하게'보다 더 세련되고 청량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이다. 음원 공개와 함께 8개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석권했다.
"어제 밤에 일찍 자려고 했는데 정연 언니가 울더라고요. 어떻게 우리가 1위를 했는지 정말 신기하고 말도 안 된다고 하면서. 믿기지 않는 밤이었어요."(채영), "정말 믿기지 않아서 서로 부둥켜 안아주면서."(나연)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해 뮤직비디오에서 9명의 여배우로 변신했다. 치어리더(지효), 세일러 문(사나), 카우걸(채영), 영화 '스크림'의 주인공(나연), 영화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미나), 황진이(다현), 영화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햅번(쯔위), 영화 '킬빌'의 우마 서먼(모모), 영화 '중경삼림'의 왕페이(정연) 등이다.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게 되면 뮤직비디오 속 콘셉트로 특별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지효), "저희가 가진 밝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힘을 드리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존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나연)
이 외에도 앨범에는 채영의 자작 랩을 더해 선배 가수 박지윤의 '소중한 사랑'을 리메이크한 버전과 '터치다운(Touchdown) '툭하면 톡' '우후(WooHoo)' '헤드폰 써' 등이 실렸다. '트와이스'의 데뷔를 함께 한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식스틴(SIXTEEN)'에서 발표한 '아임 고너 비 어 스타(I'm gonna be a star)'는 CD로만 공개된다.
◆'러블리즈', 안개 속의 소녀들
오후 4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뒤이어 두 번째 미니앨범 '어 뉴 트릴로지(A New Trilogy)' 발매 쇼케이스를 연 '러블리즈'의 강점은 꾸준히 고집한 아련함과 서정성이다.
데뷔곡 '캔디 젤리 러브(Candy Jelly Love)'부터 '안녕' '아츄(AChoo)'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소녀 3부작'으로 소녀 콘셉트를 이어 오며 이루지 못할 짝사랑의 설렘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새로운 3부작을 예고하며 짝사랑의 쓸쓸함을 들고 나왔다.
"'러블리즈'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앨범입니다. 좀 더 성숙하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베이비소울)
타이틀곡 '데스티니(Destiny·나의 지구)'는 데뷔부터 '러블리즈'와 꾸준히 함께 한 가수 윤상의 프로듀싱 팀 원피스와 작사가 전간디가 만들었다. 짝사랑하는 마음을 태양, 지구, 달의 관계에 비유한 가사와 오케스트라 편곡이 어우러진 강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러블리즈' 특유의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이다.
"저희는 지구를 사랑하는 달이지만 지구는 태양을 사랑하는 내용이에요. 안타까운 짝사랑을 표현하는 가사인데요. 세 행성의 관계에 집중해서 가사를 눈여겨보시면 더 와 닿는 곡이 될 것 같습니다."(수정)
행성의 모양과 움직임에 빗대어 원 모양의 소품을 이용해 동그란 카메라 워크로 찍은 뮤직비디오, 몸의 중심을 잡고 팔다리로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는 안무 등으로 전체적인 통일감을 줬다.
이 외에도 앨범에는 전체적인 콘셉트를 짧게 제시한 인트로 '문라이즈(Moonrise)', '러블리즈표 발라드'라고 자신 있게 소개한 '책갈피'와 인형의 시점으로 사랑을 표현한 '인형' 등을 포함해 모두 일곱 곡이 실렸다.
그야말로 윤상의 페르소나가 극대화 된 앨범이다. 특유의 마이너한 코드와 소년감성이 어우러져 '러블리즈'만의 색을 완성했다.
"처음에 1집을 프로듀싱할 때는 이렇게까지 관계가 지속될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 친구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게 생겨서 이제는 저의 어떤 페르소나가 과감하게 투영되는 것 같아요."(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