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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리고 안락사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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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드라마 '오싱'의 작가 하시다 스카코의 자전스토리
후련하게 깨끗이 떠나는 ‘10가지 없이’ 준비하는 종활
언제든지 남김없이 떠나는데 도움주는 '종활 노트'도 출간

 





[시사뉴스 최승욱 기자]  의학기술의 발달로 난치병이 줄어들고 건강 증진에 대한 투자도 커지면서 인간의 수명은 갈수록 길어지는 추세다.  상가를 다녀보면 항년 90세를 넘겨야 큰 아쉬움 없이 고인을 보내드리는 정서를 확인할수 있을 정도다.  세칭 '9988234'가  중장년층 사이에서 노후 생활에 대한 논의의 중심에 서는 것도 99세까지 건강(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에 숨지는 것이 그만큼 힘든 과제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 신세를 지는 기간이 늘어난다면  복약에 따른 부작용, 수술 전후 치료과정에서의 고통은 물론 병원비 부담도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명예롭게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수 있는 존엄사에  관심을 갖고 몸소 실천하고자  사람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 세계에 감동을 준 일본 NHK 드라마 '오싱'의 작가인  하시다 스가코는 '그리고 안락사를 부탁합니다'( 발행늘봄, 옮긴이 권경하, 250쪽, 1만3500원))란 저서에서 장례식 없이, 명예욕 없이, 일 없이, 친구 없이, 부모 없이, 연애 없이, 남편 없이, 친척 없이, 자식 없이, 후회 없이 안락사로 죽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후련하게 깨끗이 떠나는 10가지 종활 이야기'이라는 부제를 통해  종활(終活·슈카츠)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 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종활이란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 활동을 뜻하는 일본 말이다.  통상 대학생들의 취직활동(就職活動)을 취활(就活, 슈카츠)이라고 줄여 쓰는데 같은 발음 (슈카츠)에 빗댄 것이다.  종활은 현지에서 2010년 ‘신조어·유행어 대상’을 받으며 대중화되면서 신문, 출판물을 통해 우리에게도 알려졌다.


1925년 5월 10일 경성(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과 인연이 있는 하시다 스가코는  1983년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오싱'으로 세계적인 극본가로 명성을 얻고  2015년에는 일본 정부가 선정하는 문화공로자에 드라마 작가로는 최초로 선정된 인물이다. 41세 때 TBS 프로듀서인 이와사키 요시카츠와 결혼했고 남편이 죽은 후 그의 뜻에 따라 1992년 하시다문화재단을 설립하여 매년 방송문화에 공헌한 프로그램이나 개인에게 하시다상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 나이 93세로 크루즈 여행을 즐긴다.  2016년 『인생, 깨끗이 떠나는 10가지 마음가짐』, 『안락사로 죽고 싶다』 등의 도발적인 ‘종활’ 관련 책을 펴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저자는 “사람은 ‘있다’라고 생각하면 더욱 욕심이 생기는 법입니다. ‘없다’라는 상태는 생각보다 후련해서 좋습니다. 없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시원하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다고, 지금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내가 ‘없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은 다름 아닌 원망하며 죽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누군가를 원망하며 죽어가는 것만은 어쨌든 싫습니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안락사를 희망하는 것은 명예롭게 죽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미국의 여섯 개 주에서는 안락사가 인정되지만 일본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이런 까닭에  안락사 합법화를 위한 일본 내 여론조성 작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일본에서 안락사가 어렵다면, 외국인의 안락사를 유일하게 받아들이는 스위스의 ‘디그니타스’Dignitas) 에 가서 안락사를 부탁하고 싶다는 의사도 갖고  있다. 디그니타스는  의사가 작성한 진료 기록을 스위스 법원이 허가한 경우, 대상자에게 조력자살을 제공하는 스위스의 단체이다.

 

고령사회가 점점 진행되면, 부모 자식이 함께 쓰러지는 사례는 한층 더 늘어날 것인만큼  안락사 제도를 포함한 생사에 관한 법률을 지금부터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 나는 이미 일본존엄사협회에 가입했습니다.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일본에선 단지 ‘소극적 안락사’는 허용돼도 치사 약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어렵다면, 적어도 법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위스에 가서 '내일 죽게 해주세요'라고 안락사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그런 식으로 죽고 싶은 겁니다."

 

하시다 스가코의 방송관과 세계관, 그리고 그녀의 50년이 넘는 방송인생을 엿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쇼치쿠 영화사에 입사했다가 여성을 차별하는 문화 때문에 방송계로 이직하게 된 일, 방송계에서 여러 제작자와 연출자를 만난 일, 남편을 만나게 된 경위, 배우들과의 관계 등을 풀어놓는다. 이 또한 한 편의 드라마다. 그녀의 자전적 방송인생이 잘 정리돼 있어 ‘10가지 없이’ 준비하는 종활과 조화를 이룬다.


 영정 전문 사진관을 무대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소설인   『아마리 종활 사진관』, 의 작가인  아시자와 요는 “후회 없는 엔딩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것도 ‘종활’이지만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준비하고 배웅하는 것, 그리고 그 후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것 역시 ‘종활’이다”라고 주장한다. 

 

종활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죽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담은 '버킷리스트'를 작성, 실천하고 2018년 2월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측면에서 언제든지 남김없이 떠나기 위해 준비해 두는 엔딩노트도 한 권 챙길만하다.  돌연사 등 본인의 갑작스런 사망이나 의사소통 능력을 상실했을 때를 대비하여 자산 내역, 존엄사, 연명치료 여부, 장례 방법, 상속, 온라인 계정, 유품과 반려동물 처리 등을 미리 적어두는 나의 마지막 노트를 뜻한다.




  자신이 사망한뒤  갑자기 뒤처리를 해야 할 자식들을 생각하며 남기는 '종활노트'(지은이 조은경, 발행 늘봄 , 36쪽, 6000원) 가 나왔다.  비상금 위치, 보험과 금융 부채상황을 적고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연명치료 선택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첨부한다. 재산 처리, 상속 및 장례방법, 유물, 반려동물 처리, 온라인 계정 등의 처리 방법을 기록해놓는 등 누구나 항상 생각하고 계획하고 준비해야하는,  비밀수첩 형태의 유서라고 봐도 된다.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띠지를 벗겨내면 노란 줄 이외에 특별히 눈에 띠지 않도록 디자인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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