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기동취재반] 갑작스럽게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매물로 나옴에 따라 누가 인수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화그룹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나 인수-포기-손실 등 ‘승자의 저주’에서 자유롭지 못함과 더불어 오너리스크까지 안고 있어 녹록치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호와 한화의 ‘승자의 저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2년 취임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박 전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되팔고, 재무구조가 악화되며 금호타이어 등을 매각했으며, 아시아나항공까지 내놓게 됐다. ‘승자의 저주’가 무엇인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공격적 M&A를 진행한 점에서 한화그룹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2002년 대한생명보험(한화생명)을 인수해 2010년 한국거래소에 상장했다. 2008년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결국 인수는 실패했고, 계약금으로 3150억 원을 날릴 뻔 했다. 다행인지 8년간의 소송 끝에 1260억 원을 돌려받기는 했으나, 1900 여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2015년 삼성그룹과 진행한 2조 원 규모의 화학·방산 빅딜(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인수) 작업도 완전히 완료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이 유죄를 선고받았고, 120억 원대 세금 탈루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면세점 사업도 중도 포기, 롯데카드도 발 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갤러리아면세점 63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12월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사업에 진출한지 3년5개월 만으로 사업기간은 2020년까지 남아 있다. 즉 대우조선해양과 마찬가지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중도에 포기한 셈이다.
한화갤러리아는 2016년 178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낸 후 매년 적자를 거듭, 지난 3년 간 1000억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물론 갤러리아가 사업권을 획득한 2015년 이후 시내 면세점수가 13개 까지 늘었고, 중국발 변동리스크가 커졌다는 사실은 있으나, 김승연 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치고는 리스크 예측과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한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가까이 끌어온 롯데카드 인수작업에서 갑자기 발을 뺐다. 한화의 롯데카드 인수 작업은 김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실무 작업을 총괄했으나, 본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즉 상황이 바뀌면 언제고 바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점에서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아시아나항공도 하다가 안 되면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오너리스크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14년 2월 배임 등 혐의로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올해 2월 집행유예기간이 만료됐다. 2014년 형 확정 당시 김 회장은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총 7곳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선고 이후 한화는 금춘수 부회장을 비롯한 전문경영인들이 계열사 경영을 맡아왔다.
여기에 김승연 회장의 ‘청계산 보복 폭행사건’ 뿐만 아니라 그 자녀도 폭행·폭언 사건을 일으킴으로써 사회적 지탄을 받아 왔다.
일견 김승연 회장을 비롯한 한화 오너 일가의 법적 책임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대한항공의 사례를 보듯 오너일가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는 높아져가고 있다. 국민연금 등도 이러한 눈높이에 적극적으로 발맞추는 추세다. 땅콩회항처럼 과거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오너리스크는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화약고인 셈이다. 재벌에 집중되는 경제력 자체도 호의적이지 않는데, 그 오너일가가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면 국민들의 반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