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은주 기자]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공장 굴뚝’은 이제 환경오염과 미세먼지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이 됐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현대사회의 필수적인 산업활동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광합성을 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이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손잡고 부식성 가스를 고부가가치의 화합물로 바꾸는 이산화탄소 환원용 광(光)전극을 선보였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 이종람 교수, 동완재 박사 연구팀이 미국 미시간대학교 제티안 미(Zetian Mi)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갈륨질화물(GaN) 반도체와 황화구리(CuS)로 이루어진 광전극이 부식가스로 알려진 황화수소가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화학공업 연료인 포름산으로 변환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를 통해서 청정에너지인 빛과 물을 이용해서 이산화탄소 가스를 연료로 전환하는 고효율 광전극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성과는 화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이산화탄소가 용해된 물에 햇볕을 쫴 에너지 연료를 만들 수 있는 ‘인공광합성 기술’이 새로운 에너지 전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환원에 사용되는 촉매 소재는 불순물에 의해서 쉽게 상태가 변하는 등 손상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산업현장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는 공정이 필요하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광전극이다.
이산화탄소 환원 광전극의 효율과 수명을 동시에 개선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광전극으로 많이 사용되는 실리콘 반도체는 수용액에서 쉽게 산화되기 때문에 부식성 가스가 포함된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또한, 높은 촉매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금속 촉매들도 반응 도중에 쉽게 녹슬어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의 효율이 낮아진다.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높은 안정성을 갖는 반도체 광전극과 촉매 개발이 시급하다.
연구팀은 GaN 나노선이 성장된 실리콘 기판과 CuS 나노입자 촉매로 이루어진 광전극이 이산화탄소를 포름산으로 전환하는 효율을 대폭 향상하고 장시간 동작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광전극들은 고순도 이산화탄소에서만 높은 선택성을 보이지만, 이번에 개발된 광전극은 고순도가스뿐만 아니라 부식성 가스가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포름산으로 전환하는 효율을 대폭 향상하는 특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광전극은 산업현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정화하지 않고 바로 연료로 전환할 수 있고, 촉매 소재의 교체 주기가 길기 때문에, 기존 이산화탄소 환원 공정보다 간단하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종람 교수 연구팀은 “이 연구는 빛, 물, 그리고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가스를 화학 연료로 전환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환경문제는 물론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 중립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사업,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