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민경윤 칼럼니스트] 예전에 우리나라는 B형간염 감염률이 11%도 넘은 적이 있었다. 필자가 어린시절에는 10명중 1명이 B형간염 보유자일 정도로 많았다.
다행히 1995년부터 국가에서 B형간염 백신 접종사업이 시작되고 금년부터 임신중에 비리어드가 급여처방이 되고 있다.
그 후 태어난 젊은층에서의 신규 환자는 거의 없고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혜택을 받지 못한 30대 이상의 중장년들의 경우, B형간염 보유자는 본인이 B형간염을 앓고 있는지조차 모르거나 건강에 대한 과신과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간질환의 특성상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신규 간암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젊은분들의 암 발생에서 다른 암에 비해 간암 발병률이 3~5배정도 높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150만명의 B형간염 보유자가 있고 이중 정기검진 받고 있는 분들은 간암 간경변치료 받고 있는 분들 포함해서 30%도 안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필자가 연령별로 계산해보면 300만명이 넘는다. B형간염은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고 증상이 없기 때문에 통계자료가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
2007년 바라쿠르드, 2012년 비리어드, 2017년 베믈리디라는 내성이 없는 항바이러스제가 나와서 완치는 안되지만 복용하는 동안에는 완치개념의 삶을 살아 갈 수 있는데 간은 침묵의 장기라서 증상이 없으므로 대부분 그냥 살아가고 있다.
증상이 있어서 검진하면 간암3기 이상이다. 우리나라 진료가이드라인에 의한 최적의 복용타이밍은 B형간염 자연경과중 면역제거기 시작할때인데 대부분 정기검진을 안받는 20대에 면역제거기가 지나가서 최적의 치료타이밍을 모두 놓치고 지나간다.
그나마 늦게라도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시작하면 간경변도 개선되어 더 이상 간경변소견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중장년층들이 점점 고령화가 되면서 당뇨나 고혈압 등 동반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B형간염은 항바이러스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약물 복용으로 인한 동반질환 악화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나 역시 B형간염 보유자이기에 이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B형간염이 원인이 되어 6년전에 간암으로 수술도 받은 적 있기에, 더 더욱이 건강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항바이러스 효과는 유지하고, 신장과 골 수치에 미치는 영향은 줄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새로운 치료제 베믈리디가 개발돼 있다.
그러나 이들 치료제에 대한 급여 기준이 제한적이어서 환자입장에서 볼 때 그림의 떡같이 보인다. 현재 기준으로는 신장 및 골수 안전성이 개선된 신약은 초치료와 내성 발현 시에만 급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에 간경변 간암등에 처방기준이 조금 확대되었지만 아직도 한참 미흡하다.
B형간염 간기능 검사해서 한번 급여처방을 받으면 더 좋은 약이 나와도 급여로 교체가 불가능하여 바꿀 수가 없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만큼의 골다공증이 진단되거나 신장 기능을 일부 잃은 상태가 돼야만 신약으로의 급여 스위칭이 가능하다니 매우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더 아프기 전에 좋은 약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질환이 악화될 때까지 기다린 후에 좋은 신약으로 교체한다는 것은 환자 입장에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인 모양새다.
세계적인 간 전문의들은 임상연구를 통해 신장 및 골다공증 안전성이 개선된 신약의 우선 투여를 권하고 있다. 유럽간학회(EASL)와 미국간학회(AASLD)의 B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 권고사항 등도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안전성이 개선된 TAF신약으로의 교체 투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급여기준이 높고 제한적이어서 항바이러스제 비복용군에서 간암발병률이 미국 46%, 유럽 33.5%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63%나 된다. 완치제는 아니지만 복용중에는 완치효과를 볼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나와 있는데 높은 급여기준 때문에 젊은분들이 간암발병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급여조건을 잘 알려져 B형간염 환자들이 최신 약제에 대한 처방을 요구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급여기준에 번번히 가로막혀 교체 처방이 안되고 있다. 아직도 복용중에 내성이 없다고 제픽스를 계속 처방해주고 있는 메이저병원 전문의가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최근 안전성이 개선된 TAF(베믈리디)신약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의학적 근거가 확보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급여 기준이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따라오지 못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감전문의들은 기존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는 신장과 간 질환 등에 영향이 주는데도 더 좋은 약을 못 쓰고 있다면서 만약 베믈리디 교차투여가 가능해진다면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베믈리디는 최근 처음 복용 시작하여 ALT수치가 다른 기존 항바이러스제보다 더 빨리 낮아져서 간암발병률을 낮출수 있다는 의학적 검증자료도 발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번 급여처방이 되면 아무리 좋은 신약이 나와도 바꿀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의학적으로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항바이러스제로의 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져 아직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150만명 되는 우리나라 B형간염 보유자들이 남은 노년을 보다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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