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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헌재 사형제 공개변론서 청구인 "범죄예방 효과 없어" vs 법무부 "응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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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징역' 청구인 측과 법무부 측 공방
청구인 "국가가 생명권 개입할 수 있나"
"일반예방효과도 입증 안돼" 위헌 주장
법무부 "정의 위해서 생명권 일부 제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사형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세번째 판단을 앞두고 열린 공개변론에서 청구인과 법무부가 공방을 벌였다. 청구인들은 사형제가 범죄 예방 효력 없이 생명권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고, 법무부 측은 응보의 효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14일 대심판정에서 A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형법 41조1호 등 헌법소원심판 사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사형을 형벌의 종류로 규정한 형법 41조1호와 존속살해의 경우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250조2항 등이 대상 조항이다.

 

A씨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이 형이 유지돼 확정됐다. A씨의 청구에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B씨는 2000년 7월 '삼척 신혼부부 엽총 살해사건'으로 사형을 확정받았다.

 

A씨 측 대리인과 B씨 측 대리인은 생명권을 박탈하는 사형제도의 근거를 헌법에서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 대리인은 "죽음 이전의 자연이 부여한 현상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국가가 생명권 침해할 수 있다는 건 아무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형이 특별예방효과와 일반예방효과를 모두 갖지 못했다고 했다. 특별예방은 당사자가 재범하지 않게 하는 효과인데, 사형은 사망하게 되므로 무용하다. 일반예방은 일반인의 범죄억제 효과를 말하는데, 대리인들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범죄예방효과가 없는 사형은 국민의 생명권 침해라는 거대한 법익침해를 낳고, 이 경우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 A씨 등의 입장이다.

 

법무부 측 대리인은 "헌재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 아래 생명에 대한 평가를 통해 특정 개인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이미 설시했다"며 "응보적 정의와 범죄일반의 예방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봐야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가장 강력한 형벌(사형)의 위하력을 인정하지 못하면 범죄 일반예방효과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지 반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하력은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효과를 말한다.

 

헌법은 비상계엄 상황에서 군사법원이 일부 사건을 단심제로 처리하게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사형 선고는 단심제로 진행할 수 없게 했는데, 법무부 측은 "사형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고 사형이 선고 가능성을 전제로 한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과 일본 등에도 사형제가 존재한다고 변론했다. 그러면서 "과거 헌재는 사형제 폐지는 민주적 정당성 가진 입법부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의견을 제시했고, 이는 각국의 현안과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들은 A씨 대리인에게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보다 기본권을 덜 제한한다고 볼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사형의 대체 형벌로 거론되는 '감형과 가석방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다.

 

대리인은 "사형이 가지는 위하력은 사형이 아닌 절대적 종신형을 통해서도 달성 가능하기 때문에 사형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절대적 종신형을 제시한 것이다. 입법과정에서 사회성숙도, 법감정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헌법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본안 판단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관한 의견도 확인했다. A씨는 무기징역이 확정돼 '재판의 전제성'이라는 헌법소원 사건의 전제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법무부 측에서 나왔다. B씨가 보조참가인 자격이 있는지도 쟁점이 됐다.

 

A씨 측 대리인은 "무기징역은 가장 극악한 사형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걸 뜻한다. 무기징역이 최고형으로 바뀌면 법원이 유기징역을 내릴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사형제도가 헌재 심판대에 오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헌재는 1996년 살인죄의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한 형법 250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7(합헌)대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2010년에는 형법 41조 1호와 관련해 5(합헌)대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사형을 집행한 건 1997년 12월30일이 마지막이다. 이후 단 한 차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복역 중인 사형수는 5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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