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검찰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은폐 시도가 당시 예정돼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해상에서 우리나라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소각됐다는 첩보가 들어온 다음 날 새벽, 문 전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촉구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서 전 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은폐하려 한 이유에 대해, 당시 문 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9월23일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촉구했다. 이날은 서해상에서 공무원이 피격·소각됐다는 첩보가 들어온 바로 다음 날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이씨가 숨졌다는 첩보가 확인된 후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합참 관계자들 및 해경청장에게 피격 사건 은폐를 위한 보안 유지 조치를 내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 전 실장은 피격 사망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뒤에는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가도록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수사팀은 서 전 실장이 이 사건을 은페하려 한 동기로 우리 국민을 구조하지 못했다는 비난 회피와 정부 정책이나 남북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 등을 꼽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북한에 우호적이던 정부 정책 기조의 연결선 상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해당 연설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 사건이 알려지면 비난 여론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었다. 검찰도 서 전 실장이 이를 고려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지난 9일 구속기소했다. 서 전 실장의 첩보 삭제 지시를 받고 여기에 동조해 첩보 보고서 등의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서 전 실장의 첩보 삭제 지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