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시위를 약 2주간 중단하기로 하면서 서울시와 '냉각기'에 들어갔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의 면담 요청을 수용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는 듯 했으나, 면담 방식을 놓고 양측이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전장연은 "공개 방송에서 면담하자"고 제안했고, 오 시장은 "만남에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장연은 19일까지 오 시장과 면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20일부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7일 서울교통공사와 전장연 등에 따르면 전장연은 지난 4일 공사와 만나 오 시장과의 면담을 조건으로 19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오 시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장연,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면담을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공사 측도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전장연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장연이 오 시장에 다시 '공개방송'에서 면담하자고 제안했고, 오 시장은 5일 "만남에는 어떠한 조건도 없어야 한다"며 "만남과 대화의 기회를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용인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불법을 행해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거래하려는 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전장연은 논평을 통해 "전장연이 공개방송을 제안한 것은 시장님이 먼저 공개방송을 통해 말씀하셨기에 그것을 원하면 동의한다는 뜻이고 대화 방식에 대한 것을 공식적으로 전달해주면 된다"며 "원하는 만남과 대화의 자리에 대한 구체적 방식과 일정을 알려달라"고 맞섰다.
전장연은 지난 2021년 12월3일부터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시작했다. 당시 전장연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면서 여의도역에서 공덕역까지 첫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했다.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정부의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과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면서 시위를 지속해왔다.
서울시와 갈등이 증폭된 것은 지난달 21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강제 조정안을 내면서부터다. 조정안은 공사가 내년까지 '1역사 1동선'이 갖춰지지 않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에 대해서는 지하철 시위로 5분 넘게 지연시킬 경우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1분만 늦어도 큰일이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추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관용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공사 측이 경찰을 동원해 전장연의 열차 탑승을 막아서면서 양측의 대립이 격화됐다.
전장연은 "오 시장에 면담을 요청한 것은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에 제기한 소송에 대한 법원 조정안을 수용해줄 것과 지하철 리프트 추락 참사, 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사과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오 시장과의 면담 일정이 잡히지 않는 경우 오는 20일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재개해 탑승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