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던 나경원 전 의원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17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글에 대통령실은 물론 ‘친윤’계를 중심으로 여당 의원들이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공개 반박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중인 시점에 국내 정치 현안에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김 실장은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13일 나 전 의원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해임했다. 사실상 중징계 처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 전 의원의 글은 ‘윤 대통령이 친윤계의 왜곡으로 본의 아닌 해임 결정을 했다’는 주장으로 읽힐 수 있어 대통령실 내부는 격앙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에선 나 전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의 그간 불편한 심기가 여과 없이 반영된 것이란 말이 나왔다.
김 실장의 공개반박 이후 당내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경쟁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후 충남 천안 백석대 특강 후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을 겨냥해 “당의 자산에서 분열의 씨앗으로 변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지적했다.
친윤계 초선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을 향한 내부총질이고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여기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영·배현진·유상범·이용·정희용 의원 등 초선 의원 48인은 연명한 성명서를 내고 “말로는 대통령을 위한다면서 대통령을 무능한 리더라고 모욕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위선이며 대한민국에서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의 주장은 자기 정치를 위해 윤 대통령을 정무적 판단도 못 하는 무능한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고, 용산(대통령실)을 간신 집단으로 만든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더 이상 ‘친윤’을 참칭 하지 말라는 뜻이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 측은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 속에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입장표명고 관련해 기자 질문이 나오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초선 의원들의 연대 성명서에 대해서도 “그 내용을 아직 못봤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회피했다.
출마 의사를 굳혀가던 나 전 의원으로서는 정치적인 고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전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