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고금리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금융 불안정성으로 인해 미국 11개 지역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21일 US 뱅코프, 자이언스 뱅코프, 뱅크 오브 하와이, 뱅크 오브 하와이, BOH 등 11개 지역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이번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은행 중 하나인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는 신용등급이 두 단계 내려갔다. 이 은행의 예금은 2022년 말 기준 절반 이상이 보호를 받지 못하며, 올해 1분기에만 11%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이로 인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했다.
파산 위기에 처했던 퍼스트 리퍼블릭의 우선주 등급이 낮아졌다. 무디스는 "수백억달러의 예금이 이탈하면서 고비용 차입자금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은행은 이달초 우선주에 대한 분기 배당을 중단했다.
무디스는 US 뱅크와 뱅크 오브 하와이가 자본비율이 낮고 미실현 손실이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등급을 낮췄다.
미국 은행들은 코로나19 기간 예금이 밀려들자 이를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대거 투자했지만 금리인상으로 미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서 미실현 손실이 크게 확대됐다.
무디스는 지역은행이 침체가 예상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은행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데, 건설·사무실·토지 개발 등에도 집중적으로 대출을 내줬다.
무디스는 "은행들이 자산과 부채를 관리하는 방식에 있어 부담이 더 커지고 수익성에 압박을 받고 있다"며 "최근의 사태는 일부 은행들이 높은 예금의 안정성, 운영 특성 등을 재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