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질병관리청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비율이 34%, 20대의 경우 60%에 육박한다. 반면 ‘미국 국민건강 영양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2017~2020년 인구의 아침 식사 응답률은 84%에 달했다. 아침 식사를 거르면 만성질환 등 질병 위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사증후군, 당뇨병 발생 높여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 2회 이하로 아침 식사를 하는 그룹의 비만 유병률이 13.9%로, 주 5회 이상 아침 식사를 하는 그룹의 비만 유병률 9.8%보다 높았다. 아침 식사 결식이 잦을수록 고혈압, 총콜레스테롤, 공복혈당, 인슐린저항성 수치 등도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선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 신다연 인하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2만2,699명을 대상으로 식사 행태와 대사증후군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하루 두 끼 식사하는 남성은 대사증후군 위험이 세 끼 식사하는 남성보다 16% 높았다. 복부 비만과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 위험도 각각 21%, 16% 높게 나타났다. 하루 두 끼 식사하면서 아침을 거르는 여성은 공복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할 위험이 각각 18%, 19% 높았다.
아침 식사를 자주 거르는 남성의 대사증후군·복부 비만·혈중 중성지방 수치 증가 위험은 세 끼 모두 챙기는 남성보다 각각 22%·28%·20% 높았다. 하루 한 끼를 결식하더라도 아침을 거르는 것이 대사증후군 등의 위험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높이는 셈이다.
아침과 저녁 식사만 하는 남성은 세 끼 식사하는 남성보다 공복 혈당이 높을 가능성이 거의 5배였다. 아침을 거른 여성의 공복 혈당이 높을 가능성과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 가능성은 하루 세 끼 식사하는 여성의 1.2배였다. 저녁을 거른 여성은 하루 세 끼 식사하는 여성보다 공복 혈당이 낮았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수영 교수팀이 국민건강영양 조사 원자료를 토대로 당뇨병 진단을 받은 적 없는 성인 7,936명의 아침 결식과 당뇨병 전 단계 위험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또한 아침결식그룹, 식사그룹보다 당뇨 전 단계 가능성 1.256배 높게 나타났다.
당뇨병 전 단계는 2010년 미국당뇨병협회(ADA)의 진단 기준에 따라 공복(空腹) 혈당이 100~125㎎/㎗이거나 당화혈색소가 5.7~6.4%인 사람으로 정의했다. 김 교수팀은 조사 대상을 국민영양건강조사 당일의 1~2일 전 아침 식사를 모두 거른 ‘아침 결식 그룹’과 한 번이라도 아침을 먹은 ‘아침 식사 그룹’으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아침 결식 그룹은 아침 식사 그룹에 비해 당뇨병 전 단계일 가능성이 1.256배 높았다.
김 교수는 아침 결식이 2형 당뇨병의 위험인자로 작용하는 것은 아침을 거르면 아침을 챙겨 먹은 날보다 점심 후의 혈당·인슐린 수치가 대폭 증가하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아침을 거르면 점심이나 저녁에 과식하게 되는 것도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해석했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당뇨병이 없는 남성을 1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아침 결식 그룹의 2형 당뇨병 발생률이 21% 높았다. 중년 남녀 4,631명을 9년간 추적 관찰한 일본의 연구에선 아침 결식이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성을 73%나 증가시켰다.
심혈관질환 상관관계
아침 식사를 거르면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 위험도 증가한다. 16년 간 45~82세 남성 2만6,000명을 관찰한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침 식사를 거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아침 식사를 거르는 사람은 아침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에 비해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27%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국립암연구센터와 오사카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서도 아침 식사를 하는 횟수가 1주일에 2회 이하인 사람은 매일 아침을 먹는 사람보다 뇌출혈에 걸릴 위험이 36%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45~74세의 성인 남녀 8만3,000명의 건강 상태를 13년 간 추적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뇌출혈은 혈압이 높은 사람이 일으키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팀에 따르면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을 경우 공복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혈압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 혈압의 높여 뇌출혈의 위험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아침 식사는 정신건강에도 좋은 작용을 한다. 상명대 황지윤 교수팀 서울지역 고교생 315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청소년이 아침밥을 챙겨 먹으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첫 교시 시작 전에 시리얼·흰 우유·과일, 빵·두유·과일, 떡·떠먹는 요구르트·과일주스, 시리얼바·우유·과일 등 네 가지 메뉴의 아침 식사가 제공된 ‘아침밥 클럽’ 가입 학생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점수가 가입 전 평균 27.2점에서 가입 후 19.8점으로 감소했다.
ADHD는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과잉행동·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다. 이를 방치하면 학습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응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통계(2012년)에 따르면 20세 이하의 어린이·청소년 ADHD 환자는 2007년 4만8,095명에서 2011년 5만6,957명으로 증가했다. 수원대 간호학과 권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아침을 거르거나 패스트푸드·라면을 자주 먹는 청소년의 행복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전국 중1~고3 학생 6만2,276명의 행복 여부를 분석한 결과 주 5일 이상 아침 식사를 결식한 학생의 ‘행복하다’는 비율은 62.1%로, 주 5일 이상 결식하지 않은 학생(69.4%)보다 낮았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초·중·고등학생의 아침식사 결식률(주 5회 이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3년 17.0%에서 2020년에는 28.7%로 증가했다. 아침식사 결식률은 고등학교가 가장 높았고, 중학교, 초등학교가 뒤따랐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2013년 30.6%에서 2020년에 47.9%까지 증가해 2명 중 1명 수준까지 늘었다. 중·고등학생의 아침식사 결식률(주 5회 이상)은 2011년 24.4%에서 2022년 39.0%로 증가했다. 고등학생의 경우 2011년 25.5%에서 2022년 41.3%로, 중학생은 2011년 23.2.%에서 2022년 36.9%로 각각 약 1.6배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