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8일 정부합동분향소에 모셔진 고인의 영정을 내렸다. KBS 보도국 한 간부가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하는 망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따른 유가족들의 항의다.
유가족 100여 명은 이날 오후 9시께 45인승 버스 5대에 나눠 타고 서울 여의도 KBS 본사로 향했다. 이들은 버스에 오르기 전 합동분향소에 모여 고인을 향해 묵념한 뒤 제단에 모셔져 있던 영정을 내렸다. 일부는 안치돼 있던 위패까지 내려 품에 안은채 대기하던 KBS행 버스에 올랐다.
김병권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장은 “어떻게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할 수 있느냐. 희생자를 또 죽이는 꼴”이라며 “유가족까지 다 죽어야 하나. 제발 좀 그냥 두라”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의 이 같은 거센 항의는 이날 오후 KBS 보도국 간부진이 분향소를 찾으면서 촉발됐다.
KBS 보도국 간부 10여 명이 이날 오후 3시50분께 합동분향소를 찾자, 이들의 도착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유가족이 분향소로 달려가 이를 막아섰다. 흥분한 일부 유가족은 KBS 간부진 가운데 1명을 분향소에서 끌어내 분향소 앞 유가족 대기실 천막으로 데려갔다.
유가족들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간부의 해명을 직접 듣겠다”며 보도국 간부 이모씨를 천막 안에 붙잡아 놓고 해당 간부를 데려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8시30분까지 해당 간부가 분향소로 오지 않자 영정을 품에 안고 KBS를 향한 것이다.
일부 유가족들은 분향소 주변 KBS 취재진 보도 천막으로 몰려가 “당장 철수하라”고 항의했으며, 분향소 뒤편 경기도미술관 1층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로도 가 KBS와 연합뉴스, 동아일보, 조선일보 취재진의 퇴거를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KBS를 항의 방문한 뒤 제지 당하면 곧바로 청와대로 향하기로 했다.
앞서 KBS 보도국 한 간부가 지난달 말 부서 회식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국언론노조를 통해 알려지면서 유가족들의 반발을 샀다.
이 간부는 뉴스 앵커 진행자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라’고도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간부는 이후 “안전불감증에 대한 뉴스 시리즈를 기획할 필요가 있어 한달에 500명 이상 숨지고 있는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야 한다는 취지로 한 것”이라며 “실종자가 많은 상황에서 상복으로 보일 수 있는 검은 옷을 입는 것은 실종자 가족을 절망에 빠뜨리는 일이라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