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검찰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 오는 16일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한 가운데 유 전 회장 일가의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한 은닉재산 규명 작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이후 검찰은 국세청,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 관세청 등과 함께 유 전 회장 일가가 숨겨둔 재산의 상당 부분을 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은 '붉은머리오목눈이(유 전 회장 소유)', 'SLPLUS(장남 소유)', '키솔루션(차남 소유)' 등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컨설팅비, 사진 구입비 명목으로 수백억원대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비자금을 조성해 수천억원대의 국내외 재산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차명 부동산을 보유한 의혹과 함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와 신협을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 등 유 전 회장 일가의 자금 축적 과정과 관련된 여러 의혹들이 점점 구제화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의혹이 제기된 차명 부동산만 해도 서울 서초구 염곡동 일대 5729㎡(하나둘셋영농조합법인), 경북 청송군·울릉군·의성군·군위군 일대 945만㎡(보현산영농조합법인·옥청영농조합법인), 제주 서귀포 일대 990만㎡(청초밭영농조합법인), 전남 완도군 일대 50만㎡(하나둘셋영농조합법인), 전남 보성군 일대 15만㎡(몽중산다원영농조합법인) 등 2121만여㎡에 이른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국내 차명 부동산의 가치가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를 장남 대균(44)씨에게 몰아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 전 회장 일가는 미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상당한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 전 회장은 2006년 10월 맨해튼 부촌지역으로 꼽히는 어퍼이스트사이드 일대 아파트 한 채를 103만5560달러에 매입했으며, 1990년 5월에는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카운티에 소재한 990만㎡ 면적의 리조트단지를 세모 명의로 675만달러에 매입했다가 미국계 회사인 베어 패밀리 호텔리조트 측에 매각했다.
차남 혁기(42)씨는 2007년 8월 미국 뉴욕주 북부 웨체스터카운티 일대 저택을 345만달러를 주고 매입했고 2003년에도 아내와 공동 명의로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아파트를 175만달러(약 20억 원)에 사들였다. 또 2005년 12월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카운티에 소재한 부동산을 92만5000달러에 취득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해외 부동산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차명 부동산이 더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국내외 수천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입하게 된 경위와 자금 출처, 실소유주 등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가 국내외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사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정확한 자금흐름과 함께 비자금의 규모와 사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탈세, 재산 은닉, 비자금 증식 등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차명 보유한 사실을 입증해 세월호 참사에 따른 배상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외 은닉재산의 경우 현지에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실제 환수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유 전 회장 일가가 국내 재산 대신 해외 재산 지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혁기씨 등 해외에 체류 중인 유 전 회장의 자녀들이 여러 차례 검찰 소환에 불응한 채 잠적하면서 이와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검찰은 '버티기' 전략을 쓰고 있는 유 전 회장의 자녀들보다 유 전 회장을 먼저 소환해 조사한 뒤 사법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은 오는 16일 오전 10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 받았다. 하지만 그 동안 유 전 회장 일가의 비협조적인 태도 등에 비춰보면 유 전 회장이 이날 실제 출석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