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은신처로 알려진 안성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금수원 신도들이 농성에 들어간 지 열흘만인 21일 스스로 빗장을 풀면서 검찰의 수색이 진행됐다.
검찰의 '자진 철수' 최후통첩이 이뤄진 전날 오후 8시부터 수색작업이 종료된 이날 8시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으나 다행히 별다른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지난 20일 오전 8시께 금수원에 신도들의 자진 철수를 최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진 철수하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수원 측은 밤새도록 검찰의 수사에 협조할 지 여부를 놓고 토론을 벌였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21일 아침이 밝았다.
검찰은 금수원 측의 답변이 없자 이날 오전 6시께 유씨와 아들 대균(44)씨에 대한 구인 및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수사관 70여명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검찰의 요청을 받은 경찰도 금수원에서 6㎞ 떨어진 안성맞춤 랜드에 경찰기동대 10개 중대 1000명을 배치하고, 주변 도로를 통제하는 등 공권력 투입이 입박 했음을 알렸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기소방재난본부도 구급차 20여 대와 화재진압용 차량, 소방헬기 등 장비 30여 대를 현장 주변에 배치했다.
이처럼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신도들도 하나둘씩 금수원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전 8시께 300여명의 신도들이 정문 안쪽에서 스크럼을 짜(주변 사람들과 팔짱을 끼고) 인간 바리케이트를 만들었고, 청년 교인 30여명이 정문 앞을 막아섰다.
오전 10시 이후부터 신도들이 "강제 진입하면 순교도 불사하겠다"는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온건파로 알려진 조계웅 대변인이 전격 사퇴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팽팽하던 긴장감은 오전 11시10분께 평신도 복음선교회 이태종 임시대변인이 검찰의 수사 협조를 공식 발표하면서 한층 누그러졌다.
이 대변인은 "검찰이 우리 교단이 오대양 사건이나 5공의 비호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최소한의 예의를 표현했다. 그동안 유병언 전 회장의 인간방패로 오해 받으며 몸으로 막았던 저희 투쟁을 물리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변인의 농성 해제 발표 30분 뒤 경찰 기동대가 정문에 배치됐고, 12시10분께 신도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검찰 수사관에게 길을 터줬다.
검찰 수사관 70여명을 태운 차량 8대가 정문을 통해 금수원으로 진입, 오후 8시10까지 약 8시간동안 수색작업이 이뤄졌다.
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은 금수원 주요 출입구 10여곳에 500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도주자 감시와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기동대 700여명을 금수원 인근에 배치했다.
또 헬기 2대가 실시간으로 금수원 내부 수색 생황을 점검하는 등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정문 앞을 지키는 40여명을 제외한 신도들 대부분은 대강당에 모여 찬송가를 부르며 대기했다.
검찰 관계자는 "물리적 충돌 없이 수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금수원과 협의해 왔으며 이날 금수원의 협조 하에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46만6000㎡(약 14만평) 규모의 금수원 일대 30여개 동의 건물과 인근 숲 속, 폐객차, 농장까지 수색했으나 유씨 부자에 대한 신병확보에 실패했다.
검찰은 최근까지 유씨가 머물렀던 것으로 의심되는 금수원 인근 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과 기독교복음침례회 내부 문건 및 컴퓨터 파일 등 유씨 부자를 추적하는 데 필요한 증거물 8박스 분량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