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44)씨에게 현상수배를 내린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지만 이들의 행방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검찰은 도피 중인 유 전 회장을 검거하기 위해 전남 순천과 인근 도시를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히고 있지만 도피생활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이미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국적으로 5만 명의 경찰 인력을 동원해 저인망식 수색작업을 벌이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청사에서 쪽잠을 자며 유 전 회장 검거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검거에 연일 실패하면서 매번 '한발 늦은' 추적으로 뒷북만 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유 전 회장을 체포하겠다'는 검찰의 공언도 자칫 공염불로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유병언, 아직 ‘순천’에 있나
검찰은 최근까지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 은신처에서 한동안 머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검거에는 실패했지만 도피를 도운 구원파 신도 4명을 체포했다.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을 은신처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 전 회장이 최근까지 은신했던 순천 지역은 구원파나 유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영농조합 등 은신처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비교적 많다.
순천은 지리적으로 항구 도시인 광양과 여수와 인접해 있다. 또 일반적으로 밀항 루트로 알려진 인천이나 부산과 멀리 떨어져 있어 수사당국의 포위망을 따돌리고, 해외 밀항 시도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순천 지역에 대한 저인망식 수색작업과 검문검색에도 불구하고, 유 전 회장이 아직까지 검거되지 않아 이미 순천 지역을 빠져나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교통 중심지인 순천의 특성상 유 전 회장이 이미 순천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구례와 보성 등 순천 인근 지역에 대한 수색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녀 유섬나, 도피총괄 이재옥 체포… 유병언 ‘압박’ 받을 듯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48)씨가 지난 27일 프랑스 경찰에 의해 현지에서 체포됐다. 전 회장 일가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래알디자인 대표인 섬나씨는 ㈜다판다 송국빈(62·구속기소) 대표로부터 디자인 컨설팅비 명목으로 2009년 4월부터 매달 8000만원씩 48억원을 지급받는 등 유 전 회장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유 전 회장 도피를 총괄 기획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의대 교수인 이재옥(49)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을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18일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산인 금수원 내부를 공개할 당시 기자회견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유 전 회장을 큰 소리로 부르면 대강당 2층 침실에서 창문을 열고, 내다볼 수 있으니 한번 불러보라"며 검찰 수사를 조롱하는 발언을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잠적한 자녀와 도피를 도운 구원파 신도들이 줄줄이 체포되면서 고령인 유 전 회장에게 심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검찰이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며 포위망을 좁히고 있는 가운데 사상 최대의 현상금까지 내걸리면서 유 전 회장은 점점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주도권 뺏긴 검찰, 수사 장기화 '불가피'
이번 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유 전 회장 부자의 도피가 길어지면서 검찰이 수사 초기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 혐의를 밝히기 위해 핵심 측근들을 소환해 충분한 증언과 증거를 확보한 뒤 유 전 회장을 소환해 수사의 방점을 찍으려던 검찰 계획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장기화를 우려하며 문책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사전 문책론을 펴기보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린 후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다는 반대 의견이 맞서고 있다.
아직까지 검찰은 유 전 회장 검거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지만 오는 주말까지 유 전 회장 신병 확보에 실패할 경우에는 수사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찰의 입장은 점점 난처해지고 있다. 검찰은 사건의 핵심인물인 유 전 회장 신병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반쪽 수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