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유병언(73)전 세모그룹 회장과 장남 대균(44)씨가 장기간 도피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검찰은 구원파 내 강경파의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조직적인 비호를 꼽았다.
1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부근 별장에 은신해 있다가 지난 5월25일 새벽 음식과 의류 등 모든 짐과 특별한 관계로 알려진 신모(33·여)씨마저 버려둔 채 황급히 별장을 빠져나갔다.
◆체포상황 실시간 보고받고 야반도주…‘특별관계’ 30대女까지 버려
검찰은 지난달 22일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즉시 순천으로 내려가 같은 달 24일 심야에 도피작업을 지휘하던 추모씨를 순천의 자택에서 체포했다.
검찰은 추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차명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휴대전화를 건넨 변모씨 부부를 송치재 휴게소에서 추가로 체포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새벽 3시까지 휴게소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와 동시에 검찰은 금수원 인근 구원파 집단 거주지로 알려진 홍익아파트에서 유 전 회장에게 물과 음식물 등을 순천으로 배달해 준 한모씨를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구원파 신도 60여명은 새벽에 인천지검으로 몰려와 한씨의 호송차량 진입을 방해하는 등 집단으로 항의했다.
그 무렵 순천에 소재한 '숲속의 추억' 별장에 숨어있던 유 전 회장과 부근 연수원에 머물고 있던 양회정(55)씨는 구원파 신도로부터 실시간으로 체포상황을 전달받았다.
이에 양씨는 별장에 있던 유 전 회장과 헤어져 급하게 현장을 빠져나온 뒤 EF쏘나타 챠량을 몰고 전주로 홀로 도주해 새벽 5시30분께 전주의 지인들 집에 도착했다.
당초 양씨는 유 전 회장을 돕기 위해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계획을 단념하고 공중전화로 금수원에서 도피 공작을 주도하고 있던 여자신도인 일명 '김엄마'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이어 전주의 한 장례식장 주차장에 쏘나타를 버려둔 채 지인 소유의 SM5 승용차를 타고 경기 안성의 금수원 인근으로 도주했다는 게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검찰은 추모씨 등 4명의 자백을 받고 지난달 25일 오후 유 전 회장이 은신했던 별장 현장을 덮쳤으나 유 전 회장은 황급히 도주한 상태였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다급하게 별장을 빠져나간 뒤 금수원의 지시를 받은 구원파 신도들의 비호를 받으며 순천과 인근 지역에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은신 의심지역을 집중 수색 중"이라고 전했다.
◆검찰 “유씨 조직적인 비호받아…군사작전 방불”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구원파 내 강경파와 함께 사회 각계각층에 포진한 지인들의 도움으로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10만 구원파' 세력의 결사적인 비호가 있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구원파 중 상다수는 유 전 회장 일가가 검찰에 출석해 대한민국 법질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유 전 회장 측근 그룹 등 강경파에서 "유 전 회장을 보호해야 한다"고 신도들을 세뇌시킨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유 전 회장 일가의 호화생활과 회삿돈 횡려 등 전모를 모르는 다수의 지방 신도들이 유 전 회장 일가 범죄의 피해자임에도 형사처벌 모면에 혈안이 된 강경파에 현혹돼 유 전 회장을 비호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강경파는 주로 구원파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은신처를 제공하고 유 전 회장의 시중과 경호 등 보좌인력 지원교체, 검경 동향 파악 대처, 도피자금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경 검거작전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거나 지연시켜 유 전 회장에게 그만큼의 탈출 시간을 벌어주고 사실관계를 왜곡·조작해 수사를 교란하고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 중 한 명이 '김엄마'라고 검찰은 지목했다. 특히 도피 계획을 총괄하던 이재옥(49·구속)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모 의과대학 교수)이 구속되자 '김엄마'가 전국 신도들을 금수원에 모아 집단 시위를 벌이는 등 도피생활을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엄마'의 지휘 아래 일부 광신도는 전국 각지의 신자들을 상대로 도피자금을 모으고 금수원에서는 유 전 회장의 은신처 마련과 경호, 유기농음식 및 미네랄 워터 등 필요 물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또 유 전 회장과 대균씨에 대한 추적과정에서도 조직적인 체포 방해나 일사불란한 집단 시위, 관련자 일제 잠적 등 구원파 차원을 넘어서 조직적인 비호세력 존재를 의심케하는 정황이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금수원 내에 구원파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팀을 짜고 역할을 분담하면서 유 전 회장 일가의 도피를 지원하고 있으며 검거시에는 격렬히 저항해 수사팀의 발목을 묶은 뒤 다른 팀을 보내 유 전 회장을 빼돌리는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한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에 맞서 검찰은 현상수배 이후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는 제보를 토대로 경찰과 함께 동시 다발적으로 수색 및 확인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 각계에 포진한 유 전 회장 일당 비호·유착 세력들이 직접적으로 또는 금수원을 내부 조종이나 조언하는 식으로 검거를 방해하거나 도피를 도와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이라며 "또한 언론을 상대로 물타기, 초점 흐리기 등 교묘한 선전전과 정부 비판성 시위 등 입체적인 유병언 도피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의심 상황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제보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제보자 신변보호 등 모든 안전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