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에 도전하는 이광종호가 우승으로 가는 첫 관문에서 밀집수비의 홍콩을 격파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홍콩과의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전에 나선다.
토너먼트 첫 관문인 16강전에서 상대하는 홍콩은 4년 전 광저우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16강에 진출한 저력이 있는 팀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우즈베키스탄·방글라데시·아프가니스탄과 함께 B조에 속해 2승1무(승점 7)를 기록, 조 2위로 16강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우즈벡과 1-1로 비기는 등 예상보다 강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즈벡(2승1무·승점 7)과 골득실(홍콩 +2, 우즈벡 +8)에 밀려 조 2위를 차지, A조 1위인 한국과 만나게 됐다.
홍콩은 밀집수비에 능한 팀이다. 기본 4-5-1 포메이션에 수비 라인을 깊게 내린 뒤 역습을 통한 한 방을 노리는 경향이 짙다.
한국이 앞서 조별리그에서 수비 위주의 팀들에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진이 달갑지만은 않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와의 1차전(3-0 승)을 제외하고 사우디아라비아(1-0 승)와 라오스(2-0 승) 등 한 수 아래 약체 팀들을 상대로 빈공에 시달렸다.
결과적으로 경기 분위기를 주도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골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족 문제를 노출했다.
홍콩 역시 한국을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을 통해 한 방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감독은 경기 이틀 전인 23일 진행한 훈련에서 홍콩의 밀집수비를 뚫는 비책을 마련했다.
수비수부터 군더더기 없는 패스로 빠르게 전방까지 향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좌우 측면 돌파에 이은 슈팅은 물론,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비주전 8명에게 조끼를 입혀 상대 밀집수비를 재연시키도록 하는 등 상대에 따른 맞춤형 훈련을 벌였다.
필드 플레이에서 막힐 경우를 대비해 한 방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를 수 있는 세트피스도 가다듬었다. 프리킥, 코너킥 등 다양한 형태의 세트피스 전술을 테스트했다.
화끈한 공격을 퍼붓기에는 공격자원층이 얇아진 것이 이광종호의 고민이다. 김신욱(26·울산)과 윤일록(22·서울)이 부상을 입어 전력에서 이탈했다.
측면에서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윤일록과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위협할 공격수 모두를 잃은 셈이다.
김신욱은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오른쪽 종아리 부분에 타박상을 입었다.
라오스와의 3차전도 결장했고 이날 훈련에도 불참한 채 파주 인근 수영장에서 개인 재활훈련을 했다. 홍콩과의 16강전 출전도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신욱과 같은 날 오른쪽 무릎 인대를 다친 윤일록은 대회 잔여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감독은 이용재(23·V바렌 나가사키)를 김신욱의 대체자원으로, 이재성(22·전북)을 윤일록 대신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빠른 패스 플레이를 통해 수비 뒷공간을 허문다는 계획이다.
이 감독은 "복잡한 수비 상황을 풀어갈 수 있는 능력에 주안점을 두고 오늘 훈련을 했다. 상대 수비가 정비되기 전에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는 데 집중했다"면서 "선수들끼리의 다양한 위치변화와 짧은 패스플레이를 통해 수비벽을 허무는 훈련도 했다"고 훈련을 촌평했다.
홍콩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판곤 감독은 이광종 감독의 후배로 깊은 인연이 있다. 프로에서 상대편으로 만나 경쟁했고, 대한축구협회(KFA) 지도자 강습을 함께 받으며 같은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이 감독은 연령대별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며 국내에서 지도자로 인정을 받았고, 김 감독은 플레잉 코치를 지낸 것을 인연으로 홍콩에서 지도자로 정착했다.
이광종호는 홍콩의 밀집수비와 적장으로 만난 김판곤 감독과의 과거 인연도 뚫어야 목표한 우승에 다가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