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2014인천아시안게임 4관왕으로 아시아 수영계를 뒤흔든 일본의 '작은 거인' 하기노 고스케(20)가 올림픽을 위해 계속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자신의 활약에 대해서는 50점이라는 다소 박한 점수를 줬다.
하기노는 26일 오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단독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동안 바쁜 스케줄 탓에 많은 질문을 소화하지 못했던 하기노는 대회 마무리에 앞서 따로 시간을 할애해 취재진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하기노는 이번 대회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박태환(25·인천시청)과 쑨양(23·중국)의 2파전이 예상됐던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개인혼영 200m와 400m, 계영 800m까지 4관왕에 등극했다. 자유형 400m 은메달과 배영 100m·200m 동메달 등 이번 대회에서 목에 건 메달만 7개나 된다.
개인혼영 200m에서는 1분55초34로 아시아 기록을 갈아치웠고 개인혼영 400m에서는 4분07초75로 대회 신기록을 수립했다.
하기노는 "아주 훌륭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다. 지난 달부터 지금까지 팬퍼시픽대회와 일본 국내대회, 아시안게임을 참가하면서 계속 좋은 결과를 내 기쁘다. 몸과 정신력이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다. 대회가 다 끝났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 전 메달수를 정했던 것은 아니었다. 4개의 금메달을 땄으니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숫자라고 생각한다"면서 "메달로 치면 물론 금메달이 최고이지만 기록은 앞으로 더 단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대회 내 점수는 50~60점"이라고 덧붙였다.
자유형과 개인혼영, 배영 등에 출전을 신청한 하기노는 하루 평균 2개에 달하는 종목을 소화해야했다. 강행군에도 끝까지 지친 기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기노는 "시합이 없을 때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수분 보충을 위해 물도 많이 마셨고 경기 후 쿨 다운(cool down)으로 빠른 속도로 피로를 풀려고 노력했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하기노는 생후 6개월 때부터 수영학교에 다니며 일찌감치 물을 접했다.
이에 하기노는 "아주 아기였기 때문에 내 의지는 없었고 부모님이 데려다주셨다. 생각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니 내가 수영장에 있더라. 내 인생에서 수영이 없는 시기는 없었다"고 웃었다.
하기노는 "10대 때 고민에 빠지고 수영을 그만두는 것까지 생각을 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코치님과 부모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만일 수영 선수가 안 됐다면 캠퍼스 생활을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다른 종목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공식 프로필에 나온 하기노의 신장은 177㎝이다. 하기노는 신체조건이 기록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정설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다양한 종목에서 일궈낸 업적들은 그의 다재다능함을 증명해준다.
하기노가 아시아인으로는 흔치 않게 여러 종목을 고집하는 이유는 마이클 펠프스(29·미국)의 영향이 컸다.
하기노는 "펠프스가 롤모델이었고 그처럼 되고 싶었다. 많은 종목을 하게 된 이유도 단순히 펠프스를 쫓아가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올해도 다양한 종목을 소화했는데 마음은 그대로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많은 종목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닮으려는 아시아 유망주들에게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하기노는 "최고의 목표를 우선 설정하고 그 안에서 세부적인 목표들을 연속적으로 수립해야한다. 세부 목표를 한 단계씩 달성하면 최고의 목표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매일매일 꾸준히 연습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수영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의 입상을 앞두고는 보완점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아직 출전권이 없어 조심스럽다는 하기노는 "자유형 400m는 쑨양과 비교할 때 200~300m 구간 스피드가 떨어진다"며 스피드 보완을 숙제로 꼽았다.
오전 10시30분 시작된 기자회견은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겼다. 하기노는 회견장을 가득 메운 각국 취재진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며 스타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마무리 인사를 해달라는 사회자의 부탁에는 "김치가 맛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