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2002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남자농구가 필리핀과의 진검승부를 앞두고 있다.
유재학(모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6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의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2014인천아시안게임 농구 남자 8강 H조 본선 1차전에서 77-60으로 승리했다.
필리핀, 카타르, 카자흐스탄과 함께 H조에서 8강 본선 리그를 펼치는 한국은 첫 경기 승리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제 진짜 진검승부다. 한국은 27일 필리핀과 맞붙는다. 금메달을 위해서 이란, 중국과 함께 한국이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이다.
한국이 4강 토너먼트에서 비교적 약체를 만나려면 본선 리그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한다.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는 사실상 H조 1위를 결정하는 한 판이다.
G조에서 이란과 중국이 1위와 2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객관적인 전력을 볼 때, 아시아 최고 센터 하메드 하다디(29)가 버티는 이란보다 세대교체 중인 중국이 상대하기 수월하다.
필리핀은 지난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한국에 뼈아픈 일격을 가했던 동남아의 농구 강국이다. 국기(國技)가 농구로 상상을 초월하는 열기를 자랑한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에 걸쳐 스페인에서 열린 농구월드컵에서는 그리스,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 등과 대등한 싸움을 벌이며 선전했다. 값진 1승도 거뒀다.
전력 누수는 있다. 필리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안드레이 블라체(28·브루클린 네츠)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귀화선수 규정에 걸려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OCA는 규정에서 모든 귀화선수는 해당국가에서 3년 거주 조건을 채워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블라체는 농구월드컵에서 필리핀이 좋은 경기를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센터이다. NBA 리거답게 유럽의 빅맨들을 압도하는 기량을 과시했다.
필리핀은 국가적으로 농구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NBA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귀화 형식으로 영입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힌다. 블라체의 경우가 그렇다.
때문에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블라체의 선수 자격을 놓고 대회 출전 거부까지 언급하는 등 언론 플레이를 펼친 필리핀이다.
결국 필리핀은 블라체 대신 귀화선수 규정에 적용받지 않는 또 다른 미국 출신 마커스 다우잇(34)을 데려왔다. 211㎝ 신장을 자랑하는 빅맨으로 필리핀에서 3년 이상 거주해 출전 조건을 충족시켰다.
게다가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를 겸비한 가드진이 막강해 전력이 탄탄하다. 한국은 조성민(KT), 문태종(LG)의 외곽포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과 필리핀의 2차전은 27일 오후 2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