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결국 목표는 디즈니처럼 되는 것이죠. 물론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일본 업체를 상대하는 것도 벅차니까요. 하지만 투니버스는 키즈 업계의 디즈니가 되기 위해 지금껏 달려왔어요. 그리고 잘해왔죠.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투니버스'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선뜻 대답을 못 하는 당신을 위해 범위를 좁혀보자. 투니버스는 뭘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당신은 투니버스를 애들이나 보는, '짱구는 못말려'나 '명탐정 코난'을 내보내는 채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투니버스는 애들이 보는 채널이 맞고, 만화영화를 방송하고 있다. 한때는 그것만 하는 '방송 채널 중 하나'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투니버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른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바로 '국내 키즈 업계의 선두주자'라는 이름이다. 투니버스는 단순 방송 채널이 아니다. 방송 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위한 영화, 어린이를 위한 온라인 포털사이트, 어린이를 위한 캐릭터 사업, 어린이를 위한 각종 체험 활동 등 이른바 '키즈 업계' 전방위적으로 발을 내디디고 있는 일종의 '브랜드'다.
신동식 투니버스 본부장이 외국 방송사의 이름이 아닌 '디즈니'를 언급한 것은 그런 까닭이다.
1996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투니버스는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신동식 본부장은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신 본부장은 투니버스에서 IMF 시기와 금융위기를 견뎠고, 투니버스가 CJ E&M으로 인수되는 과정도 지켜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니버스는 절대 물러서지 않고 발전적으로 걸어왔다"고 신 본부장은 힘줘 말했다. "다들 버텨주고, 도와줬어요. 자랑스럽습니다. 저희가 어린이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해요."
투니버스는 현재 전국 2404만 가구에 방송된다. 지상파 계열 채널보다 더 넓은 범위다. 어린이 TV 시청률은 1.32%로 EBS를 누르고 1위다. 투니버스는 어린이 채널의 35%를 장악하고 있다. 이 또한 1위다.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어린이 예능, 어린이 드라마를 모두 만들어내고 있는 채널은 사실상 투니버스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최근 진행된 투니버스 외부행사에는 어린이 5000명이 몰렸다. "어린이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신동식 본부장의 말은 과언이 아니다.
"마리텔(MBC TV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왔던 김영만 선생님이 그랬잖아요. 과거에 방송에서 잘렸던 이유가 어린이 프로그램이 없어져서였다고요. 어른들이 스트레스 푸는 문화는 있잖아요. 그런데 아이들 문화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요. 저희가 그런 역할을 하겠다는 거죠. 예를 들면 이래요. EBS가 교육이라면, 저희는 놀이교육이라는 겁니다."
지난해 투니버스는 어린이 가족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콘셉트는 인기 캐릭터와 뛰어노는 마라톤이다. 부모와 코스를 돌고, 각종 캐릭터와 어울리고, 선물도 받을 수 있는 이벤트였다. 신동식 본부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놀이문화가 이런 거다. 정신건강과 육체건강 모두 신경을 쏟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승부는 콘텐츠에서 갈린다. 투니버스가 20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냈기 때문이다. '냉장고나라 코코몽' '안녕 자두야' '놓지마 정신줄' 등 애니메이션 콘텐츠와 '막이래쇼'로 대표되는 예능 콘텐츠, '벼락 맞은 문방구'등 드라마 콘텐츠, '요괴워치' 등 해외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그렇다.
이제 투니버스는 앞으로의 20년을 위해 자체 생산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개발해나갈 생각이다. TV, 영화, 출판 캐릭터 라이센싱 사업, 캐릭터 상품 사업 등을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신동식 본부장은 "자체 콘텐츠 개발에는 최소 2~3년의 세월이 필요하고, 리스크도 크다"면서도 "투니버스가 추구하는 방향은 단순히 우리만 잘되기 위한 것이 아닌 산업 전반의 상생을 위한 길이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말 그대로다. 투니버스가 부가가치가 높은 캐릭터 하나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이 캐릭터와 관계된 모든 사업에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낸다. 뽀로로가 대표적이다.
"디즈니를 언급한 건 이런 부분 때문이에요. 물론 디즈니는 세계적인 기업이고, 사업 볼륨도 저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죠. 하지만 목표는 비슷해요.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투니버스가 더 성장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CJ E&M이 해외 사업에 관심을 많이 쏟는 기업이잖아요. 저희의 방향과 잘 맞아떨어지죠."
아무리 사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회사의 미래에 대해 논해도 달라지지 않는, 투니버스가 지켜나가야 하는 본질적인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신동식 본부장은 "소통을 통한 눈높이 맞추기"라고 짚었다. "이것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어떤 콘텐츠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포털을 통해서, 블로그를 통해서, 각 초등학교 게시판을 통해서, 그리고 직접 매일매일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건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투니버스는 아이들이 직접 찾아서 보는 채널이에요. 계속 그렇게 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