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장용석 기자]수조원대의 다단계 사기를 벌인 후 7년 전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씨(58)가 2011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조씨의 사기극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진 배상혁(44)이 경찰에 붙잡힘에 따라 경찰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22일 오후 4시50분께 경북 구미시 공단동의 한 아파트에서 붙잡힌 배씨는 이날 오후 7시께 대구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됐다. 사기극 일당 2인자 강태용(54)에 이어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배씨가 수배 7년만에 잡히면서 역대 최대 규모 사기극의 전말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중국에서 검거된 강태용의 처남 배씨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3만여 명으로부터 2조5000억원 상당을 가로챈 인물이다.
또한 배씨는 중국으로 도주한 조희팔이 운영하던 유사수신 업체의 총괄실장 직함을 갖고, 전산업무 전반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씨는 2008년 경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자취를 감췄고, 이후 국내에서 생존 기록은 물론 출입국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다.
경찰은 배씨를 상대로 조희팔 사기 피해 전체 금액, 돈의 흐름 및 사용처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또 생사가 불투명한 조희팔을 비롯해 중국에서 도피 생활을 한 강태용의 은닉재산 규모 등에 대한 진상파악에도 나설 계획이다.
앞서 경찰 측은 조희팔 사건의 수사 주체를 대구지방경찰청에서 경찰청(본청)으로 이관했다. 새롭게 꾸려진 특별팀은 수사1과장을 총괄반장으로 지능범죄수사대, 범죄정보과, 지능범죄수사대 등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경찰청은 특별팀이 대구청을 비롯한 지방청에 대한 수사지휘와 상황관리, 정보수집업무를 담당하지만 필요시 직접조사 방안도 검토하는 등 진상파악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배씨는 경찰이 국내 수배를 할 당시 조씨 일당과 공모해 1조1000억원대의 다단계 유사수신을 한 혐의를 적용 받았었다. 배씨는 2008년 경찰이 조씨 다단계 사기을 본격 수사하자 자취를 감췄고, 같은해 11월 지명수배가 내려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