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박병호(28·넥센)가 2년 연속으로 최우수선수(MVP)상 수상에서 물을 먹었다. 그래도 아쉬움은 없다. 대인배의 모습이었다.
박병호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 케이호텔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총 99표 중 44표를 얻어 50표의 에릭 테임즈(29·NC)에게 밀려 MVP를 내줬다.
총 유효투표수의 과반을 획득해야 하기 때문에 테임즈가 1표만 덜 받았다면 현장에서 2차 재투표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테임즈는 천만다행이지만 박병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박병호의 표정은 밝았다. 테임즈의 수상이 이뤄지는 시상대에 올라 화관을 씌워주며 진심으로 축하도 건넸다.
박병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장타를 생산할지 고민을 했다"며 "좋은 성적으로 고민에 대한 보답을 받은 것 같다. 고대하던 가을야구가 금방 끝나 아쉬웠지만, 프리미어12에서 우승을 따내 값진 마무리를 한 것 같다"고 했다.
박병호는 올해 53홈런을 쳐 역대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 이상과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타율 0.343(5위), 181안타(3위), 129득점(2위), 장타율 0.714(2위), 출루율 0.436(5위) 등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146타점은 이승엽(삼성)의 기록을 넘어선 한 시즌 역대 최다 기록이다.
MVP로 손색이 없었지만 사상 첫 40(홈런)-40(도루) 달성과 두 차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테임즈를 넘기에는 임팩트에서 약간 모자랐다.
박병호는 "테임즈와 경기 때마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돈독하게 지냈다. 상대팀이지만 그의 타격 기술을 지켜봤고, NC 통역을 통해 평소 훈련법 등을 묻기도 했다"며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경쟁자로 한 시즌을 치렀기 때문에 (MVP를 수상하지 못한 점이)전혀 서운하지 않다"고 했다.
"올해 테임즈와 정말 재미있는 경쟁을 했다"고 했다.
박병호는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테임즈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네가 받을 것 같다"며 진심어린 축하를 했다.
박병호가 테임즈에게 씌워준 화관은 팬에게 선물로 받은 것으로 박병호가 이를 받아 직접 씌워준 것이다.
박병호는 지난해에도 팀 동료 서건창에게 밀렸다. 2년 연속 2인자에 만족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서건창의 성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인정했다. 이번에도 테임즈가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구단의 동의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얻었고,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최고응찰액 1285만 달러를 써낸 미네소타 트윈스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는 "미국 출국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뭔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며 "내가 생각하는 액수를 말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한국과 달리 많은 옵션이 있는 것 같다. 자세한 이야기는 계약을 확정한 뒤 밝힐 수 있을 것이다"며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계약이 된다면 자신있게 인터뷰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네소타와)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넥센에서 뛰지 않겠나. 그러면 다시 그라운드 위에서 테임즈와 좋은 경쟁을 할 것이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