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김수찬(23)이 '유재학표 흙 속의 진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모비스에 입단한 가드 김수찬은 데뷔 2번째 시즌에 깐깐하기로 소문난 유재학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시즌 경기당 10분 남짓 뛰면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평균 4.6점. 지난 시즌 5경기에 그쳤지만 이번 시즌 벌써 16경기에 출전했다.
천대현, 박구영, 송창용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확실한 임무을 부여 받았다. 상대 에이스를 전담 수비하거나 경기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는 역할이다.
29일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4쿼터에서만 10점을 올리며 오리온의 추격을 뿌리치는데 기여했다.
명지대 재학 시절, 빠른 스피드와 돌파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슈팅은 보완할 점으로 지적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3점슛 성공률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평균 37%. 하루에 1000개씩 던진 결과다.
김수찬은 30일 "감독님께서 수비와 제가 잘하는 속공, 달리는 농구를 하라고 강조하신다"며 "팀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유 감독은 "선수가 별로 없다보니 다 한 번씩 활용하는 거지"라면서도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만 그래도 곧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남다른 책임감이 있다. 김수찬은 5남3녀 8남매 중 장남이다. 근래 찾아보기 힘든 대가족이다.
김수찬은 "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형·오빠가 돼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무엇보다 농구를 잘해야 동생들에게 맛있는 것을 많이 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어렸을 때에는 창피한 것도 있었지만 지금은 좋다. 집에 가도 어린 동생들이 많아서 귀엽고, 재미있다. 심심하지 않다"며 "농구도 모두 좋아한다. 집에 가면 다들 농구만 보고 있다. 체육관도 자주 온다"고 했다.
넷째 김태완(용산중 2학년)은 형을 따라 농구공을 잡았다. 형처럼 가드다. 김수찬은 비시즌에 체육관을 찾아 동생의 경기를 보곤 한다.
김수찬은 "요즘 동생들이 모비스 성적이 좋다고 자랑하고 다닌다고 한다"며 웃었다.
이번 시즌 모비스는 첫 3시즌 연속 우승의 중심이었던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서울 삼성으로 이적해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들었다.
그러나 29일 현재 선두 오리온에 1경기 뒤진 2위다. 국내 선수들의 성장이 크게 한몫했다. 김수찬도 그 중 한 명이다.
김수찬은 "양동근 선배님이 롤 모델이다. 배울 게 많은 선배님이다. 언제나 꿈은 양동근 선배님처럼 되는 것이다"며 "8남매를 키우시며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꼭 효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