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박병호(29)가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하면서 2016시즌부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게 됐다.
하지만 연봉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미국 현지 언론들은 포스팅 시스템(posting system· 비공개 경쟁입찰)의 불공평한 점을 꼬집었다.
미네소타 구단은 2일(한국시간) 박병호와 4년 보장 총액 1200만 달러(약 139억원)에 5년째 옵션 포함, 최대 18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옵션을 제외하면 연간 300만 달러 규모로 포스팅 금액 1285만 달러를 고려하면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계약이 체결됐다.
옵션에 따라 5년째인 2020년에는 650만 달러를 받을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옵션에 대한 권리는 구단에 있다.
박병호는 구단이 5년째에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바이아웃 금액 50만 달러만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그가 4년만 몸담을 경우 챙길 수 있는 총연봉은 1200만 달러에 그친다.
박병호의 계약 소식을 전한 미국 폭스스포츠 켄 로젠탈 기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포스팅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가 실제 계약에서도 손해를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젠탈 기자는 "박병호의 계약은 불공평한 포스팅 시스템을 강화하는 사례"라며 "앞으로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하더라도 선수들의 계약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네소타가 박병호 영입을 위해 거액의 포스팅 비용을 지불했지만 실제 계약에 있어서는 오히려 선수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고 해도 현행 포스팅 시스템에서는 선수들의 계약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포스팅을 거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유니폼을 입은 강정호(28)는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정작 강정호의 몸값은 포스팅 비용 500만2015 달러와 함께 4년간 연봉 1100만 달러다. 강정호 역시 비교적 헐값에 계약했다.
강정호의 활약에 고무된 미네소타 역시 박병호를 데려가기 위해 아시아 출신 야수 역대 2위 포스팅 비용에 해당하는 1285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정작 연봉은 연간 300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이는 완전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아닌 전 소속 구단의 해외진출 승인에 의한 제한된 FA인 박병호를 데려가기 위해서는 포스팅을 통한 추가적인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로젠탈 기자 역시 "박병호가 제한받지 않는 FA가 되기 위해서는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때는 그의 나이 31살이다. 이상적이지 않다"며 "아시아 구단들은 FA가 되기 전 선수들을 메이저리그에 보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FA인 경우 포스팅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계약금과 연봉이 선수 몫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선수 영입을 위해 투입되는 포스팅 비용은 구단이 가져가기 때문에 구단으로서는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현재로서는 단독교섭권을 확보한 구단이 포스팅 비용으로 지출한 비용에 대해 선수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이같은 불공평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포스팅 시스템에 변화를 줬다. 2000만 달러의 포스팅비 상한선을 두고 이를 제시한 구단들은 모두 자유롭게 선수와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꼭 필요한 선수를 데려가기 위해서는 복수의 구단이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해 선수와의 계약 규모도 늘렸다.
새로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다나카 마사히는 7년 1억5500만 달러라는 거액에 계약을 맺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