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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장] '골리앗' 삼성 상대 '220일간의 힘겨운 싸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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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할 수 없는 끊임없는 죽음들...핵심 빠진 조정안에 사과 한마디 없어"

[시사뉴스 유명환 기자]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이은주(사망 당시 36세)씨의 아버지가 최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가운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이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220일간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의 최고 번화가 강남역 인근 으리으리한 빌딩 숲 사이 한 켠에 마치 퇴아리를 튼 형상은 말 그대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품새로 오버랩됐다.  막 출근길의 번접함을 뒤로 한 것 외에는 을씨년스러움과 숙연함을 동시에 자아내는 현장을 <시사뉴스>가 지난 13일 찾았다.

남들 보기엔 안좋아 보일 지는 몰라도 피해자 가족들에겐 사투를 벌이는 '전초부대'처럼 보였다.

'반올림'의 사연을 듣기 위해 가까이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가봤다.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는 1월 12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삼성전자, 가족대책위, 반올림 등이 재해예방대책에 대해 합의하고 최종 서명했다.

‘재해예방대책’은 ‘사과’, ‘보상’과 함께 조정위가 내놓은 3대 조정의제 중 하나다. 일부에선 이번 합의서 서명으로 삼성전자 백혈병 분쟁이 약 8년 만에 완전한 해결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8년간의 투쟁, 진통 끝의 조정안과 삼성의 거부

이에 앞서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故황유미 씨가 숨을 거뒀다.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기 전에 입사하여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한 지 1년 8개월 만에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2년 후 세상을 떠났다.

건강했던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납득할 수 없었던 황상기 씨(故황유미 씨의 아버지)가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2007년 여러 노동·시민단체가 모여 시작된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8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0년 1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등 희귀병에 걸린 故 황유미 등 5인에 대한 산재 인정 소송이 시작됐다.

“삼성전자, 피해가족 기만행위 그만”

삼성은 직·간접적인 개입을 통해 법적 공방을 이끌었고, 담배가 몸에 해롭지 않다고 담배회사 편에선 외국 전문가 단체를 초빙하기도 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을 압박·회유함으로써 대응했다.

2012년 11월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피해자 측에 대화 제의를 했다. 그렇게 삼성과 피해자 대표자로서 반올림 간 협상이 시작되었고, 1년여의 실무 협상 끝에 3가지 교섭 의제(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가 정해졌다.

2014년 8월 반올림 교섭단에 속해 있던 6인의 피해가족들이 별도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대위)를 꾸렸다. 2014년 9월 삼성과 가대위의 주도로 조정위(조정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출범하였고, 우려가 되긴 했지만 12월에 반올림도 조정에 참여했다.

지난해 7월 조정위는 조정권고안을 발표했다. 조정권고안에는 ‘공익법인 설립’과 ‘보상 기준 및 절차’, ‘재발방지대책’, ‘사과 내용 및 방식’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삼성 측은 조정권고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고, 같은 해 9월에 돌연 자체 보상위를 꾸려 피해자 보상 절차를 시작했다.

반올림 측은 “조정위 권고안의 핵심인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은 빠져 있고, 보상 범위와 대상자도 축소되었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해자이자 책임자 격인 삼성이 보상절차 전반을 직접 총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아직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지난해 은수미 의원이 폭로한 ‘수령확인증’에 따르면 피해신청자는 보상금 수령 후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 제기를 하면 안 되고 모든 사실을 비밀로 유지해야 하며, 위배 시 수령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이와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종란 노무사는 “권오현 대표이사 사과문에는 어떤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없다”며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종란 노무사는 “재해예방대책에 대한 합의만 이뤄졌을 뿐 사과와 보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삼성은 어제 재발방지대책 합의 직후 발표한 글에서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말했다. 명백한 거짓이고 기만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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