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최승욱 기자] 지난 3일 발표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권고안에 대해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매우 초라하다" ,"턱없이 미흡하다" ,"실망스럽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일부 다주택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편협적 권고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보유세 개편 권고안에 대한 논평'을 통해 "땅부자, 재벌기업을 비켜간 구멍 뚫린 권고안으로는 공평과세, 자산불평등 해소는 어림없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불로소득 근절과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보유세 개편에 나섰지만 그 결과는 매우 초라하다"며 "종합적인 보유세 정상화가 아니라 땅부자와 재벌기업은 제외하고 아파트값 상승을 막기 위해 일부 다주택자에게만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편협적인 권고안으로는 공평과세와 자산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이어 "그간 빌딩과 상가, 토지 등 극소수의 부동산 부자들과 재벌들이 소유한 부동산은 낮은 공시가격으로 보유세 특혜를 받아 왔다"며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70% 내외의 현실화율을 보이는데 반해, 고가 단독주택과 수백·수천억원에 달하는 상가와 빌딩은 시세의 절반에 미치지 않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명동에 시가 200억원대의 상가를 보유해도 낮은 공시가격으로 인해 종부세 대상이 아닌 것이 현실이라고 경실련은 꼬집었다. 경실련은 "(이런) 엉터리 과세기준부터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주택이 토지비와 건물값이 합쳐져 세금을 내는 반면, 제2롯데월드 등 법인이 소유한 수천억원의 건물은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며 "토지는 별도합산으로 세금이 책정돼 개인에 비해 세금 혜택을 받는다"고 전했다. 경실련은 "이러한 불평등에 대한 개선 없이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자산불평등을 해소 할 수 없다"며 "공동주택, 단독주택, 상업업무용 빌딩, 토지 등 부동산의 종류에 상관없이 공평한 세금을 부여해야 세금이 증액되는 당사자도 수긍할 수 있지, 특정 계층을 타겟으로 한 증세는 반발만 불러올 뿐"이라고 진단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특위 권고안을 기계적으로 입법화 할 것이 아니라 조세정의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며 "하반기 공시가격 개선을 논의한다는 국토부 역시 이번 권고안과 같은 보여주기식 개선이 아닌 전면적이고 공평한 공시가격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동산 불로소득, 매년 GDP의 21% 가량 발생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잘못된 진단과 박약한 의자가 만든 실망스런 보유세 개편안'이란 토지+자유 비평을 통해 "재정특위의 권고안은 고가·과다 부동산 소유자들만을 대상으로 증세하여 보유세 실효세율을 0.02% 포인트 높이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며 "부동산 개혁의 핵심인 보유세의 점진적이면서 대폭적 강화방안은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는데 가장 좋은 수단인 보유세 강화에 지니치게 미온적인 까닭에 대해 남 소장은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 트라우마'와 '(청와대의) 잘못된 진단'에서 찾았다. 그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저서 '한국 자본주의'와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소득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임금불평등이고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불평등은 부차적이라고 주장했다"며 "시장소득에서 재산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해야 0.3~3%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남 소장은 "그러나 장하성 실장의 판단은 명백한 오류"라며 "부동산소득의 일부만을 포함시키는, 심지어 매매차익조차 포함시키지 않은 통계자료를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본인이 취득세를 통해 추산해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부동산소득은 매년 국내총생산의 30%가 넘게 발생했으며, 부동산소득 중 불로소득을 따로 추산하면 이 기간 중 매년 GDP의 21%가 발생했다고 남 소장은 밝혔다.
남 소장은 "뮨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을 구호로 내걸고 있다"며 "부동산 개혁과 과감한 증세에 나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지대추구행위의 대명사인 부동산 투기도 근절시키지 않으면 혁신성장은 쉽지않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통한 이윤 창출보다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것이 개별 경제주체에게 훨씬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산에 대한 과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라
참여연대는 조세재정개혁센터 논평을 통해 "진통제 수준의 단기적 처방에 불과한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정도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여, 한국의 극심한 자산불평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과연 문재인 정부가 조세재정분야의 획기적 개혁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기초를 다지고 자산과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 한국의 조세제도는 자산을 통해 증식되는 소득에 대해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관대하였으며, 현재의 개편안 정도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역부족이라는 것을 재정개혁특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자산에 대한 과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재정의 역할을 대폭 확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