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7주 연속 0.2%대 상승세 기록
수급불균형 심화·단기 공급 없어 상승세 지속될 듯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5억원 올랐는데, 양도세로 3억5000만원 내라고 하면 누가 팔겠어요?"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문의는 꾸준한데, 거래할 매물 자체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부담에 집을 파느니, 자식에게 증여하거나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매물이 사라졌고, 거래가 끊겼다"며 "매물이 없다보니 호가가 꾸준히 오르고, 거래가 성사되면 신고가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나, 오히려 집값은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집값이 상승하고, 반대로 감소하면 하락 신호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부가 쏟아낸 규제 대책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줄었으나, 집값은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은 부동산 가격의 선행지표다. 통상적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집값이 상승하고, 반대로 감소하면 하락 신호로 여겨진다. 하지만 올해 들어 거래량이 급감했으나, 집값이 되레 상승하는 비정상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세금과 대출 등을 총망라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거래가 급감했으나,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거래 절벽 속 상승 기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사실상 모든 부동산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858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매매 건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가장 거래가 많았던 지난 1월(5796)에 비해서는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올해 들어 매매량이 감소세다. ▲1월 5798건 ▲2월 3874건 ▲3월 3789건 ▲4월 3667건 ▲5월 4897건 ▲6월 3945건 ▲7월 4698건으로 나타났다.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다. 서울은 3주 연속 0.21% 오르며, 7주 연속 0.2%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0.21% 올라 전주(0.22%)보다 오름폭이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북에서는 노원구(0.29%)가 공릉·월계동 중소형 위주로, 용산구(0.23%)는 이촌동 등 리모델링 기대감 있는 단지 위주로, 마포구(0.23%)는 공덕동 일대 대단지나 상암동 구축 위주로 상승세를 보였다.
강남에서는 송파구(0.28%)가 잠실·문정동 재건축 위주로 신고가 거래되며, 강남구(0.26%)는 도곡·개포동 신축, 서초구(0.24%)는 반포·서초동 중대형, 강동구(0.20%)는 명일·고덕동 주요단지 위주로 올랐다. 강남4구 이외에서는 강서구(0.29%)가 방화·등촌동 등 마곡지구 인접한 중저가 지역, 금천구(0.22%)는 독산동 위주로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대체로 시장에 매물부족 현상 지속되고 있다"며 "강남권은 규제완화 기대감 있는 재건축이나 중대형 위주로, 강북권은 9억원 이하 중저가 위주로 오르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4차(전용면적 117.9㎡)는 지난 5월13일 41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 최고가인 40억3000만원보다 1억4500만원이 상승했다. 또 현대아파트1차(전용면적 196.21㎡)는 지난 4월15일 63억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실거래가 51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올랐다.
주택시장에선 수급불균형이 심해지면서 당분간 거래절벽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 중과 시점인 지난 6월1일을 전후로 매물이 줄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하루 평균 매물은 23일 기준 3만694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만8958건에 이어 두 달 연속 4만 건을 밑돌았다.
또 집값 안정을 위해 공공주택 공급을 강조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 하락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을 당초 5만 가구로 전망했다가 최근 3만6000가구로 30%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3기 신도시 등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나, 실제 공급까지 최소 4~5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공급 확대를 체감하기 어렵다.
아울러 하반기에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다. 이는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 가구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전문가들은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 장기화하면서 집값이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의 장기화가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매물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 상황에서 주택 수요가 재건축이나 중저가 단지에 집중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로 보유 주택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증여나 버티기로 선회하면서 기존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졌다"며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도 실제 체감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등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집값 안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