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은주 기자] 2010년 아이티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중 국제 사회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은 지진은 무엇일까? 빅데이터가 그 답을 제시했다. 흔히 피해가 클수록 관심도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지진 발생 국가의 소득 수준에 따라 국제 사회의 관심도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인문사회학부 김진희 교수, 인공지능대학원 서영주 교수팀은 구글 트렌드와 위키피디아 검색량 데이터를 이용해 2004년 이후 일어난 지진 중 피해 규모와 국제 사회의 관심도 간 관계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국제 지진 구호 정책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긴 했지만 대부분 설문조사나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돼 표본 집단의 크기가 제한적이었다. 실시간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할 수도 없어, 과거 사례는 국가별 관심도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미국 해양대기청에서 제공하는 지진 데이터와 구글 트렌드에서 제공하는 정보 검색량 데이터를 토대로 2004년 이후로 사망자가 많았던 지진과 관심도가 높았던 지진을 각각 10개씩 추려냈다. 관심도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정보 검색량을 활용한 통계적 모델과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제공하는 연간 1인당 국민소득에 기반해 분석했다.
그 결과, 2004년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10개 지진 중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 7개 지진은 국제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한 반면, 선진국에서 발생한 지진은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지진에 대한 관심은 대개 관련 사망자 수와 상관없이 1주일 이내로 사라졌으나, 연간 1인당 국민소득 1만~2만 달러인 국가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관심은 관련 사망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2주까지 지속됐다.
또한 국제 사회의 지진에 대한 관심도는 주요 서양 국가(오스트레일리아, 벨기에, 브라질,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 영국)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 국가는 향후 국제 지진 구호 활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POSTECH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는 “이번 연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선진국이 국제 지진 구호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지진 피해 상황을 2주 안에 알리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모금에 참여하도록 하는 국제 구호 정책의 마련 또한 시급하다”고 말했다.
POSTECH 인문사회학부 김진희 교수는 “국제적인 재난 관련 정보의 흐름을 구글 트렌드에 기반해 능동적으로 살펴본 이번 연구는 기존 문헌과 차이가 있다”며 “정보를 빠르고 폭넓게 전달하는 기술이 발달했더라도 여전히 국제적인 정보 불평등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대학원 서영주 교수와 박지훈 석사가 빅데이터 분석에 참여했으며, 데이터 해석에 △이탈리아 국립 문화재 연구소(Institute of Heritage Science, National Research Council, Italy) 파브리지오 기지(Fabrizio Gizzi) 박사 △이탈리아 살렌토 대학(University of Salento) 경제학부 도나텔라 포리니(Donatella Porrini) 교수 △미국 앨라배마대학교(The University of Alabama) 지질학과 완윤(Wanyun)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사업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인공지능대학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결과는 ‘스프링거 네이처(Springer-Nature)’에서 출간하는 온라인 학술지 ‘휴머니티스 앤 소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