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은주 기자]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꿈의 장난감’으로 꼽히는 블록 장난감의 대명사 레고는 조립법에 따라 우주선이나 멋진 건물 등 정해진 모형으로 만들 수 있지만, 마음대로 조립해 새로운 모형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블록 장난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크기의 블록을 조립해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기술이 나왔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화학공학과 김철주 교수·통합과정 양성준·정주현 씨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 황찬국·이은숙 박사,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UIUC)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웨이퍼1) 크기의 원자 단위 두께 박막을 조립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표지논문으로 최근 선정된 이 연구 결과는 물질의 구조를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설계하도록 한 성과다.
원자로 구성된 결정2) 박막은 두께나 원자 구조에 따라 다양한 물리적 특성을 지닌다. 이 박막을 차곡차곡 쌓거나 비틀어 쌓는 등 쌓는 방식을 바꾸면 각기 다른 물성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아주 작은 크기에서만 조립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웨이퍼 크기의 큰 박막을 조립하면 계면이 쉽게 오염되어 새로운 물성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반데르발스 상호 작용3)에 기반한 결정 조립 기술을 개발, 단일 원자 두께의 그래핀과 육방정 질화붕소(hBN)를 조립했다. 그 결과, 거의 100%의 수율로 깨끗한 계면을 가진 웨이퍼 크기 박막을 만들 수 있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지금까지는 크기가 작아 실제 디바이스로 활용하기 어려웠던 인공 결정 박막도 웨이퍼 크기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 물질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로 빛을 내거나 전기가 흐르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철주 교수는 “원자 수준의 해당 조립 기술은 매우 작은 크기에 제한되어 물성 발견과 기술 개발이 단일 소자 수준에의 검증에 머물렀다”며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 최초로 웨이퍼 크기에서 원자 수준의 정밀한 조립이 가능함을 증명함으로써 향후 새로운 나노소자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사업,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