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현지 민간인들의 실종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군에 의한 강제 납치로 추정되며,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군 포로와의 교환 대상으로 삼거나 점령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민간인들의 납치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개월 동안 러시아 군인들은 지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저항 의지를 떨어뜨리기 위한 차원으로 수백,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억류·납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리 벨루소프 우크라이나 인권침해 담당 검사는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전쟁범죄 가능성에 대한 1만3000건 이상의 조사를 착수했다"면서 "그 가운데 약 800건의 민간인 강제실종 사례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벨루소프 검사는 러시아 군에 의해 강제납치된 민간인들의 행적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주변 목격자와 강제실종 피해 친인척들의 진술을 정리해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기구에 실종 사건을 보고하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주재 유엔대표부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10건의 민간인 강제실종 사례를 확인했다"며 "희생자들 대부분은 그들의 집·직장·검문소 등에서 잡혀갔으며, 많은 남성들은 여과 캠프로 끌려간 이후 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군들은 교사·구급대원·언론인 등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우크라이나 인사들을 납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자들의 대부분은 포로로 잡힌 러시아 군인들과 교환 대상이 되거나 우크라이나 군 관련 정보를 빼내는 데 활용된다고 WP는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러시아 침공 이후 이달까지 전국에서 9000명 이상의 실종자 신고를 접수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765건의 강제납치에 의한 실종사건 규모와는 차이가 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한다.
우크라이나 유명 인권단체인 시민자유센터의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소장은 "현재까지 알려진 강제실종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말 남부 멜리토폴을 점령한 러시아 군에 의해 구금됐던 16살 소년 올레그 블라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항암 투병 중이던 할아버지 병 간호를 위해 집에 남았다가, 향후 탈출 과정에서 검문소에서 붙잡혔다.
러시아 군은 블라드의 아버지인 올레그 부랴크씨가 남동부 자포리자 지방 군사국에서 근무한다는 것을 알고 블라드를 구금했다. 뒤늦게 아들이 강제구금 됐다는 사실을 알게된 부랴크씨는 아들의 석방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한다.
키이우에 본부를 둔 우크라이나의 또다른 인권단체 즈미나(ZMINA)의 테티아나 페천치크 소장은 실종자 대부분은 자포리자·헤르손·키이우 등 러시아가 점령했거나 최근 해방된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천치크 소장은 "러시아 군이 언론인, 지역 활동가, 인도적 지원자, 지방 관리 등 러시아의 침공에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는 저명한 지역 주민들을 주된 납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 현지인들의 전쟁 반대 목소리가 얼마나 강한지 확인했다"면서 "그래서 그들의 우크라이나 정부로의 복원 노력을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정확한 사람들을 선택해 납치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