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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우크라 최전선 마을 사제 주일 미사 모습…포성에도 설교 중단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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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교회 미사 도중 포성 끊이지 않아
오후엔 전방으로 가 군인들 상대 미사
"새로 받은 헬멧도 축원해 주세요"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대부분 독실한 정교회 신자다. 특히 시골 마을에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사제의 위상이 매우 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의 최전선 지역 마을에서 봉직하는 한 사제의 하루를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의 코스티안티니우카 마을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사제 비탈리 케스터(46)는 일요일마다 두번 미사를 집전한다. 군복 바지위에 사제복을 입고 교회와 최전선을 오가며 일반 주민과 최전선 군인들을 상대로 미사를 병행하고 있다.

이달 들어 교회내 미사도 최전선 교회다운 모습이 강해졌다. 러시아군 주둔지에서 18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미콜라이 성인 교회에서는 케스터 사제가 오전 10시 미사에 참석하러 온 교구 신도들을 맞이하는 동안에도 포성이 계속 들렸다. 

케스터 사제가 신도 이고르 리젠코에게 "예수님 찬양"이라고 인사하고 "연료탱크를 빌릴 수 없나"고 물었다. 이곳에선 휘발유와 식수 부족이 일상화돼 있다.

현지 민병대원인 리젠코가 "있을 거 같은데요. 찾아볼게요"라고 답했다.

마을 주민 3분의 2가 피신해 과거 20~30명에 달하던 신도가 6명밖에 안남았다. 케스터 사제가 설교를 시작했다. 신도들이 "할렐루야"라고 축원하는 사이 사이 포성이 계속 울렸다. 간혹 큰 폭발음이 울려 건물이 흔들리면 신도들이 고개를 들었다.

이곳 주민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쏘는 대포 소리와 러시아군 대포 소리를 구분한다. 교회에서 북쪽으로 800m 떨어진 곳에 폭탄이 떨어져 화염과 연기가 솟아 올랐다. 케스터 사제는 설교를 중단하지 않았다. 판자로 막은 창문 틈을 타고 햇살이 가늘게 사제복 위에 드리워져 있다. 창문을 막은 건 조금씩 전진하는 러시아군에 대항하려는 것보다는 러시아군 편에 선 주민들로부터 공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몇 년 전 러시아 정교회 신부가 사이비라며 공격하는 것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 정교회 교회를 짓는데 참여했다는 리젠코는 "교회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러시아 정교회 소속으로 남아 있는 교회들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교구 독립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정교회 사이에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 마을에선 이 교회 미사가 적진 속에서 열리는 것이나 진배없다. 

팔뚝에 우크라이나 삼지창 문양을 문신한 리젠코는 "러시아 정교회 교회엔 발도 들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안 갈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거짓말을 퍼트린다"는 것이다.

이 마을에 남아 있는 주민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군이 오면 환영할 사람들이라고 케스터 사제가 말했다. 케스터 사제는 금빛 사제복을 벗고 군목이 됐다. 우크라이나군에서 할 성찬식을 준비했다. 사제는 "이 곳에선 나라를 위한 전쟁과 영혼을 위한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케스터 사제가 집으로 가 부인 타날리아와 함께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먹었다. 정교회 사제들은 결혼이 허용된다. 부인은 늘 사제를 따라 일요일마다 전선에 가고 싶어 했다. "이곳에 남아서 탈이 없는 지 걱정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은 물을 받아야해 남기로 했다.

며칠 동안 단수됐던 수도에서 흙탕물이 졸졸 흐르기 시작했다. 부부는 욕조를 가득 채우고 집안에 있는 모든 그릇에 물을 받았다.

나탈리아는 "전기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물이 없으면 큰 일"이라고 했다. 부부가  마을에 남아 있는 4개월 동안 러시아군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이 마을에서 40km 떨어진 아우디우카가 러시아군에 점령되면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한다"고 했다.

케스터 사제가 우크라이나 전투부대원들을 축원할 미사 도구들을 챙겼다. 와인 한 컵, 성찬용 빵, 성수를 뿌릴 나무 손잡이가 달린 솔 등이었다. 방탄복을 입고 헬멧도 썼다.

2005년 신부가 된 케스터 사제는 2015년부터 군목도 병행해왔다. 그가 처음 군목으로 미사를 집전한 부대는 도네츠크 공항 전투를 벌이던 군대 소속이었다. 그의 집 선반에는 전투에서 총알 구멍이 난 예수님상을 모셔두고 있다.

"전투에 나가고 돌아오는 군인들을 축원했지요. 그렇지만 현장에는 들어가지 못했어요. 군인들의 용기를 북돋아야 하는 군목이 군인들에게 걱정을 끼치면 안되니까요"라고 했다.  

그는 극우 민족주의자로 입대한 군인과 일자리가 없어 입대한 군인들에게 따로 맞춰서, 신자와 비신자에게도 맞춤으로 설교했다. 전쟁 중 목회활동을 계속한 경험을 토대로 "종국에는 많은 사람들이 신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케스터 사제가 르노 웨건에 시동을 걸고 반쯤 망가진 도로에 올랐다. 포탄 화구를 피하느라 핸들을 꺽을 때마다 백미러에 달린 십자가가 크게 흔들렸다. 그가 이번 주 방문하는 군대 위치는 비밀이었다. 최근 러시아에 점령된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에서 포격전을 벌이던 기갑부대였다.

위생병 옥사나 보로비오바가 케스터 신부를 친구를 맞듯 반갑게 맞으며 "하나님께 우리를 지켜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잘 지내셨나요? 감기는 어떠세요?"라고 했다.

케스터 사제는 "괜찮네. 무릅만 조금 아프네"라고 답했다.

앰뷸런스 운전자 미하일로 스코르바흐가 "안녕하세요. 신부님"이라고 인사했다. "부활절에 앰뷸런스를 축원해준 덕에 아무런 사고도 없었어요. 살짝 긁히기만 했지요."

병사 4명이 러시아군 드론에 포착되지 않도록 나무 밑에 제단용 테이블을 설치했다.

케스터 사제가 군복 위에 밝은 색의 사제복을 입었다. 스코르바흐가 테이블 위 촛불 옆에 새로 생긴 녹색 헬멧을 벗어서 내려 놓았다. 미국에 사는 우크라이나인 친구가 보내준 것이라고 했다. "신부님 헬멧도 축원해주세요."

커다란 무쇠 스토브 위에서 양파를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속에서 사제가 손을 들고 일요일 두번 째 미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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