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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우크라 군인, 도네츠크 사수 '항전의지' 충만..."우린 나라 지켜야만 한다"NYT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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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최전선 군인들 직접 인터뷰 현지 목소리 전해
"서방, 러군 전진 막을 정도만 지원하고 있다" 밝혀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황금빛 밀밭에서 붉은 화염이 치솟는다. 몇 분 전 러시아군이 포격한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지휘관이 양철 사발에 있는 점심 파스타를 막 다먹었다. 오전에 내내 포격이 이어진 때문에 부대원들은 모두 벙커로 피신했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을 사수하는 우크라이나군인들을 만나 현장분위기를 전하는 기사를 실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동쪽 최전방 군인들은 러시아군의 포격과 폭격이 멈춘 적이 없다고 말했다. 들판은 물론 부대 주변의 생울타리도 모두 검게 그을러 있다. 밤낮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하는 날카로운 포탄 소리와 러시아군이 쏘아대는 포탄이 폭발하면서 내는 둔탁하고 깊은 소리에 파묻혀 있다.

호출명이 삼손(55)인 대대장이 "매일 박격포, 전폭기, 헬리콥터, '그라즈' 다연장 로켓이 날아온다. 러시아군은 탄약이 많다"고 했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동부 공격을 시작한 러시아군은 느리지만 착실히 진격해왔다. 그러나 루한스크 지역을 2주전 점령한 뒤로 러시아군의 공세가 힘을 잃었다. 2차, 3차 방어선을 친 우크라이나군이 박격포와 미사일 공격을 감수하며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병력과 무기가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은 자신들의 승리가 서방의 무기 지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큰 피해를 입더라도 도네츠크 지역의 땅은 단 한치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물러섰다는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열을 낸다. 자신들은 싸워야할 이유가 분명하지만 러시아군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지휘관 세르히(44)는 "우린 나라를 지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달초 러시아군의 공격을 격퇴했다. 베르흐노카미난스케 마을에서는 러시아 탱크 부대를 전멸시켰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의 진격이 멈췄고 전선이 소강상태가 됐다. 군의들은 지난주 며칠 동안 전선에서 실려오는 부상자수가 줄었다고 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세베르스키 도네츠크강과 도네츠크 북부 습지가 자연적 방어벽이 되고 있다. 국방경비대 부대대장인 한 사람이 지난주 자기 부대가 러시아군의 도강을 막았으며 탱크와 부교를 파괴했다고 했다. 다른 경비대 대대는 강의 남쪽으로 침투해오는 러시아군 탱크와 북서쪽에서 침투하는 부대를 격퇴했다고 밝혔다.

두 부대 모두 장거리포와 미사일로 러시아군을 공격했다. 러시아군이 슬로뱐스크, 크라마토르스크, 바흐무트 등 후방 도시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지원한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로 러시아군의 탄약고를 타격했다.

이들 도시로 가는 길목의 마을에서는 지상전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거의 진격하지 못하고 있으며 2주 동안 바흐무트 남쪽의 마을 한 곳만을 점령했을 뿐이다. 수백km의 전선에서 전진한 유일한 사례다.

그러나 도네츠크 옆 루한스크 지역의 군사행정책임자 세르히 하이다이는 "전세가 우크라이나군에 넘어온 것은 아니다. 서방 지원 화력이 있지만 전세를 역전시킬 정도는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장교들은 서방이 의도적으로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는 정도까지만 지원한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군은 큰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땅을 내줄 생각은 없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말 러시아군이 점령한 세베로도네츠크에서 18일 동안 전투에 참여했던 한 부대는 최전선에서 몇 km 떨어진 숲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세베로도네츠크에서 탈출한 직후 그들의 몰골은 형편없었다. 한 병사가 "철수하길 원하지 않았지만 전투가 치열했다며 러시아군이 전보다 잘싸운다"고 했다.

이들 군인들의 항전의지가 투철했다. 부대 지휘관 세르히(52)는 "우린 끝까지 싸울 생각이었지만 철수한다고 기분이 상하진 않았다. 목숨을 보존해야 하니까"라고 했다. 군복무 경력이 소련 육군 시절부터 34년이라는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장교들한테 부대원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그런 생각이 없다고 했다. "병력이 많아서 얻어맞고도 다른 전투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부대원중 44살인 병사 세르히는 러시아군 기갑부대를 포격으로 파괴할 수 있는 시골까지 철수해 더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러시아군을 들판으로 끌어내기 위해 도시에서 철수했다. 그곳에선 러시아군이 고전한다"고 했다. 러시아군이 정찰 드론을 띄우고 위장 부대를 내보내지만 우크라이나군이 그들 전술을 잘 안다며 "우리는 제대로 싸울 줄 안다"고 했다.

국방경비대 대대의 부지휘관 쿰(47)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전투를 벌여온 지 몇 달 째다. 그 역시 전혀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대대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탈영병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부대원들 모두 최전방에 나서서 쌰울 결의가 돼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쳤지만 계속 싸워야한다고 모두가 생각한다. 정말 지친 사람이 있다면 쉬게 해주겠지만 부대원 모두가 최전선에서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모두 군인이다. 특정 지역을 사수하라는 명령을 받으면 사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전면공세에 나설 경우 우크라이나군이 사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 지역 북쪽의 구릉지대의 밀밭이 대부분 불에 탔고 연기가 계속 피어오른다. 지난주 러시아군이 집속탄과 소이탄으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경비대 소속 군인인 옥사나(27)은 거의 모든 부대원들이 뇌진탕을 당했다고 했다. 남편과 함께 2014년 러시아의 크름 반도 합병때 경비대에 자원했다고 했다.

남편 스타니슬라우(35)가 부대가 지난달 러시아군 진격을 잘 막았다고 했다. 당시 그는 최전방 부대의 지휘관이었다. "아침에 부대원이 33명이었는데 19명이 당했다. 적군이 6시간 내내 폭격했다"고 했다. 러시아군 탱크가 2차례나 돌파를 시도했지만 자신들이 포격을 가해 물리쳤다고 했다.

이 부대가 노획한 러시아군 장갑차에 러시아 전투 부대 명단이 담긴 서류도 있었다고 했다. "전사자가 200명이 넘게 표시돼 있었다"고 옥사나가 말했다. 그밖에도 전투거부자 명단도 표시돼 있었다고 했다.

스타니슬라우가 친한 친구를 전투에서 잃었다고 했다. 일부 탈영자도 있었다고도 했다. 최전방에서 휴식을 위해 빠졌다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5주동안 기다렸다가 탈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도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면서 투지를 잃어가는 징후도 있다.

앞의 대대장 삼손과 부대대장 모두 최근 배치된 사람들이다. 독일어 교사였던 삼손은 지난 4월 자원했다. 운전병 초르니(30)는 지난 5월 배치됐다.

삼손 대대장이 "적군이 우리보다 탄약이 많기 때문에 훨씬 더 자주 공격해온다. 소련 시대부터 보유한 탄약이 엄청 많다. 우리보다 전쟁 대비가 잘 돼 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이 전진하는 걸 용납하지 않겠지만 그건 우리가 지원받는 무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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