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붉은 육류나 버터 같은 동물성 지방 대신 곡류, 채소, 과일, 올리브 오일, 레드 와인, 신선한 토마토 등을 주로 섭취하는 지중해식 식단이 내장 사이사이에 낀 지방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지중해식 식사를 하면서 녹색 식품을 곁들이면 내장지방 감소 효과가 일반적인 건강 식사의 3배에 달했다.
“한식으로도 구성할 수 있어”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이스라엘 뱅 구리온 대학 건강·영양 혁신 국제 연구센터 힐라 젤리차(Hila Zelicha)·독일 라이프치히대학 의대 노라 클로팅(Nora Kloting) 공동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 293명(평균 51세)을 건강한 식사 그룹, 지중해식 식단 그룹, 지중해식 식단에 녹색 식품을 추가한 그룹 등 세 그룹으로 나눠 연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공동 연구팀은 세 그룹 모두에 18개월간 적절한 신체 활동을 주문했고,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는 두 그룹엔 매일 28g의 호두를 제공해 하루 440㎎의 폴리페놀(항산화 성분)을 섭취하도록 했다. 지중해식 식단에 녹색 식품을 추가한 그룹에는 매일 3∼4컵의 녹차,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인 남개구리밥 셰이크 100g, 폴리페놀 800㎎을 제공하고 쇠고기·돼지고기 등 붉은색 고기 섭취를 줄이도록 했다.
연구팀은 연구참여자의 내장지방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자기 공명 영상 촬영(MRI)을 했다. 18개월 후 지중해식 식단 그룹과 지중해식 식단에 녹색 식품을 추가한 그룹의 평균 체중은 각각 2.7%, 3.9% 빠졌다. 허리둘레는 각각 4.7%, 5.7% 줄었다. 특히 지중해식 식단에 녹색 식품을 추가한 그룹의 내장지방 감소율은 14.1%로, 건강한 식사 그룹(4.2%)과 지중해식 식단 그룹(6%)의 두 배 이상이었다.
내장지방이 많이 쌓이면 대사증후군, 고혈압,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진다. 연구팀은 “식물성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을 많이, 붉은색 육류와 가공육을 적게 먹는 '녹색-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면 내장지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또 “항산화·항염 효과를 나타내는 폴리페놀은 건강에 해로운 대사성 비만, 제2형(성인형) 당뇨병, 심장병, 고혈압 예방을 돕는다”고 덧붙였다.
지중해식 식단은 해마다 최고의 식단을 발표하는 미국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에 5년 연속 최고의 식단으로 선정됐다.
김형미 연세대 임상영양대학원 겸임교수는 “지중해식 식단은 지중해에서만 나는 특별한 식재료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중해식 식단의 영양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식에 사용되는 식재료로도 지중해식 건강 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BMC 메디신’(BMC 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항비만약제 만큼의 체중감량 효과”
지중해식 식단의 이 같은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돼왔다. 유방암 경험자가 꾸준한 지중해식 식단을 하면 항비만약제 만큼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고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조아라 교수팀은 지중해식 식이와 항비만약제의 병용 요법을 통한 과체중 유방암 경험자의 체중감소 효과를 밝힌 연구결과를 지난 2020년 12월에 발표했다.
과체중이나 비만은 유방암 환자들의 재발 및 전이와 큰 관련이 있다. 또 여러 대사적인 문제를 유발할 뿐 아니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유방암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체중 감량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연구팀은 과체중 유방암 경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8주 동안 비만 개선 효과를 검증했다. A그룹(14명)은 지중해식 식이와 항비만약제의 병용 요법을 시행했다. B그룹(20명)은 지중해식 식이만을 섭취했다. 또 일반 과체중 환자인 C그룹(22명)을 대상으로 지중해식 식이와 항비만약제의 병용요법을 실시했다.
그 결과, A, B, C그룹의 체중감량 수치는 각각 2.8kg, 1.8kg, 2.5kg로 나타났다. 또 세 그룹 모두 공복혈당, 인슐린, 인슐린 저항성 지표가 향상됐다. 하지만 지중해식이와 항비만약제의 병용요법이 지중해식 식이 단독 요법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이진 않았다.
이지원 교수는 “지중해식 식이는 항비만약제 투여와 관계없이 유방암의 전이나 재발과 관련 있는 비만도를 개선하고 대사지표를 호전시켰다”며 “지중해식 식단을 잘 준수할 경우 항비만약제 만큼의 체중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