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지난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사고는 조류충돌 즉 '버드스트라이크(Bird Strike)'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버드스트라이크(Bird Strike)'는 새가 운항 중인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충돌하는 것을 말한다. 조류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엔진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켜 항공기 동체 파손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적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속 370㎞로 운행하는 항공기에 900g의 조류 한마리가 충돌하면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t에 이른다.
특히 전날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방콕-무안) 사고도 버드스트라이크에 의한 비상착륙 중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3분께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7C2216편이 랜딩기어가 펴지지 않은 채 동착륙을 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태국인 2명 포함)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탑승했다. 사고 발생 직후 승무원 1명과 탑승객 1명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앞서 국토부는 7C2216편이 무안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관제탑과 교신하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전날 오전 8시54분 관제탑이 7C2216편에 대한 착륙허가를 내렸고 3분 뒤인 오전 8시57분 버드 스트라이크를 주의하라는 교신을 조종사가 받았다.
그런데 사고 직후인 같은날 오전 8시59분 사고 항공기 조종사가 메이데이(긴급구난신호) 요청을 했고, 4분 뒤인 오전 9시3분 항공기가 랜딩기어가 내려지지 않은채 동체착륙을 시도했지만, 결국 활주로 끝 콘크리트 등으로 구성된 로컬라이저 안테나와 충돌하며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사고영상에서는 해당 항공기가 착륙도 중 엔진에 무언가 빨려 들어간 뒤 폭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부는 엔진 폭발음이 버드스트라이크로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사고 3분전 한 승객이 가족에게 '조류 충돌'을 암시하는 긴박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장면도 포착됐다. 탑승객 A씨는 사고 3분 전인 오전 9시께 가족 B씨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B씨가 "언제부터 그랬느냐"고 묻자, A씨는 "방금, 유언해야 하나"라고 답했다. 이후 A씨는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사고 여객기가 관제탑 교신에서 활주로 01번(임시번호)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관제사가)조류충돌 주의보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조종사가 관제소에 메이데이(May day)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메이데이는 조종사가 항공기 안전에 심각한 엔진고장, 기체결함, 화재, 항공기 납치 등의 문제나 위협이 발생했을때 사용하게 되는 비상선언이다.
이에 따라 한국공항공사는 무안공항 사고 직후 노탐(NOTAM)을 고시했다. 노탐은 항공기의 항행상 장애에 관한 사항을 전 세계 공항에 알리고 공항 운영을 중단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6년간 김포와 인천, 김해 등 국내 15개공항에서 발생한 버드스트라이크 피해는 650여건에 달한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김포와 김해 등 전국 14개 공항에서 발생한 버드스트라이크 피해는 총 559건으로 나타났다.
년도별로 ▲2019년 91건 ▲2020년 70건 ▲2021년 99건 ▲2022년 111건 ▲2023년 130건 ▲2024년 8월까지 5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의 피해는 10건으로 조사됐다.
국제선이 집중된 인천공항도 지난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총 버드스트라이크의 피해는 ▲2019년 17건 ▲2020년 6건 ▲2021년 10건 ▲2022년 20건 ▲2023년 22건 ▲2024년 9월까지 19건 등 총 94건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