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인 한상렬 목사는 방북 전에 방북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신문인 <통일뉴스>는 13일 오후 한 목사의 부인인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이강실 목사를 통해 단독입수한 ‘소명결단 - 신앙양심으로 기도하며 이 길을 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도했다.
이 목사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초파일 지나서 5월 말경에 출국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봉투를 남겨 6월 3일 이후 뜯어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목사는 “한 목사가 이명박 시대에 들어서 통일이 멀어지고 6·15이전으로 돌아가 너무 마음 아파했다”며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지는 중요하다고는 생각지 않고 개인적인 신앙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한 목사가 5·18때 광주 묘역에서 11일 동안 단식기도했다”며 “역사 앞에서 할 것이 무엇인가였는데 응답을 받아 그 기도에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한 목사는 5·18이후 통일을 위해 일할 것을 결심했다”며 “신변 위험도 생각해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유언장까지 남기고 갔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30년 동안 통일운동을 한 사람으로서 역사적 책임감을 느끼고 신앙적 결단을 내렸다”면서 “문익환 목사님이 입으셨던 두루마기를 가져갔다”고 전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채 방북한 이유에 대해 “주변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했고 조직적 결의가 아니다”며 “북에도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월경도 생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한 목사의 방북에 대해 “남북관계가 서로 화해하고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전쟁까지 몰아가고 있는데 평화로 돌아서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남쪽이나 북쪽이나 한 목사의 행동을 그런 점으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상렬 목사가 남긴 글(전문)
소명결단
신앙양심으로 기도하며 이 길을 갑니다.
지금 여기 한몸평화!
우리 민족 한몸평화!
우리 한겨레의 화해.평화.통일을 위해
6·15는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우리는 만나야 합니다.
5·18 30년을 맞이하며
하나님과 역사.열사 앞에 회심하고자
당시 군사재판과정에서 얻은 ‘분단병’ 상처를 온전히 치유받고자
역사적 소명이 무엇인지 하나님께 여쭙고자
단식기도를 하오던 중 한 가지 뜻이 이루어졌습니다.
갑오농민혁명, 3·1, 4·19, 5·18, 6·10의 맥을 이으며
사랑.자유.정의.평화 통일자주민주세상을 꿈꾸는
모든 분들 중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여기 작은 몸짓하나 하고자 합니다.
6·15를 살려야 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만나야 합니다.
“나는 죽는다
나는 이 겨레의 허기진 역사에 묻혀야 한다.
두 동강난 이 땅에 묻히기 전에
나의 스승은 죽어서 산다고 그러셨지
아 이 말만 믿자 그 말만 생각하자
그리고 동주와 같이 별을 노래하면서
오늘도 죽음을 살자”
늦봄님의 ‘마지막 시’를 새기며
신앙양심으로 기꺼이 이 길을 갑니다.
우리는 반드시 만나야 합니다.
6·15는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한 몸이니 한 몸으로 한 몸되게 하옵소서!
삼위일체 하나님 도우소서.
2010년 6월
6·15 10년을 맞이하여
어느 한사람 (한상렬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