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 사고에서 벗어나야한다
동남아의 선진도시국가 싱가포르를 가보면 여러 가지 정취를 느끼게 된다. ‘상하의 나라’이라서 먼저 ‘남국의 멋’을 체감하게 되지만 깨끗한
도시가 아주 아름답다는 인상을 받게된다. 특히 건축물 하나 하나가 멋진 디자인과 색깔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꾸며진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잘 꾸며진 도시’ 싱가포르를 보면서 우리의 서울을 가만히 견주어 본다. 서울은 유서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도시가 크고
인구가 많다. 교통량이 엄청나고 권역도 훨씬 넓다.
그러나 서울이 싱가포르보다 ‘아름답고 안락한 도시’로 비쳐지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두 도시를 단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선 지적되는 것이 서울의 획일적인 도시계획문제다.
서울은 오랜 역사에 비해 역사를 다채롭게 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언제나 지적된다. 교통난과 주차문제도 심각한 문제다. 서울의 거리와
건물들은 옛 거리를 그대로 개발해 주차용량 자체를 초과한다. 심지어는 주차장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고 있다. 따라서 차량들이 길거리에 넘쳐나게
되고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필자는 대도시 서울의 문제점이 우리 교육의 획일화 틀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싶다. 초등학교 때부터 훈련된 획일화 교육이 마치 슬라브 건물처럼
우리에게 획일화된 틀을 두텁게 덮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획일화 틀은 도시의 건축물에서부터 어느새 우리 생활습관까지 깊숙이 배어 있다.
서울은 6백년 역사 도시답게 고풍스러운 지역이 있는가하면 새롭고 참신한 거리가 공존해야한다. 지금처럼 종로나 명륜동 거리가 압구정동이나
테헤란로 거리와 차이가 없고 상계동이나 목동아파트촌이 분당과 일산 신시가지와 구별하기 어려워서는 안된다.
오스트리아의 역사도시 비엔나나 인스부르크에 가보라. 이태리 로마를 가보라. 옛 거리가 대부분 수백년 역사가 숨쉬고 있다. 거리의 수백년된
건물과 호텔이 역사를 웅변해 준다. 수백년 역사의 대학 캠퍼스가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학문과 낭만을 전해준다.
서울을 보자. 서울 옛거리에도 명륜동이나 인사동처럼 전통예술의 거리로 꾸며지고 전통가옥이 줄을 이어야한다. 건물자체가 역사유물들이 되어야하고
고가구, 고미술품들이 관광객들을 맞는다면 얼마나 명물이 될까. 이곳에 수백년 대대로 전통유업을 잇는 명장들이 당당히 가업과 가풍을 자랑하는
풍토가 뿌리내려야한다. 분당과 일산, 평촌등이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닌 새롭고 참신한 신서울로 자리매김해 젊은이와 여성, 어린이들이 곳곳에서
안전하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거리로 꾸며져야한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영국의 저명한 스카치 위스키 테이스터에 따르면 자신은 7대째 가업을 계승해서 마치 교향곡 같은 위스키 명품을 빚어내는데
땀을 쏟고 있다고 했다. 그는 명문대학을 나온 것이 아니고 집안에서 가업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도 당당하고 멋지게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풍토가 뿌리내려야한다. 최근 대학에서 특기를 가진 학생들의 특별 전형에 대해 심각한 논란이 일고 있다. 입학경력이
문제가 되고 토플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영작조차 못한다고 지탄한다. 답답한 생각이 든다. 시행초기여서 전형방법에 문제가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획일화된 교육은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일방 편향적인 학교 교육은 사람의 사고 틀을
극히 제한시킬 수 있다.
이제 21세기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통일과 선거문제도 서서히 문제가 되고 있다. 앞서가는 선진국들을 따라잡고 끊임없이 도약과 변혁을
추구하기위해서 우리는 획일화 틀을 과감히 버리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해야한다. 이제 다이나믹한 사고와 활동이 절실한 요구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