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10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주)대경테크노 곽현근(51세) 대표를 선정했다.
이달의 기능한국인 쉰여덟 번째 수상자 곽현근 대표는 어려운 환경과 시련 속에서도 최고의 기능인이 되겠다는 집념과 꾸준한 기능 연마로 금형산업과 자동차 부품 소재 산업을 이끌어온 주인공이다.
1960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곽대표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당시 최고의 공업도시였던 구미로 무작정 향했다.
이후 도금공장, 직물공장, 건설현장 등을 전전하던 그는 오성사(現,(주)오성전자) 프레스부에 입사하게 된다.
그러나 기능인의 꿈을 품고 의욕차게 일을 시작한 그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야간작업 중 손을 다치는 사고를 당한 것.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좌절하지 않고 금형을 본격적으로 배워서 일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죽고 싶었지만 다친 손을 보니 오기가 생기더군요. 치료를 마치고 금형기술부로 복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배웠습니다.
1년간은 청소를, 또 1년간은 조수 일을 했죠. 그리곤 바로 조장이 됐습니다. 청소일 할 때부터 어깨너머로 공정을 유심히 관찰했거든요. 어려서부터 눈썰미, 손재주 하난 마을에서 최고였죠.”
다친 손으로 정교한 금형작업을 해야 했기에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손에 굳은살이 박히는 만큼 실력은 늘어갔다.
그러던 중 학업에 대한 아쉬움이 되살아났다. 결국 국립구미전자공고 전자과 (야간)에 들어가 주경야독의 생활을 시작했다. 고생스러웠지만 훗날 전자부품 금형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금형 일도, 학교 전자과 수업도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평범하게 학교만 다녔으면 그렇게 성취감을 느끼며 공부하지 못했을 겁니다.”
1983년 7년간 다녔던 오성사에서 나와 (주)한국대화금속으로 이직을 했다.
당시 회사에서는 금형사업부를 확장하며 실력있는 기술자를 찾고 있었다. 좀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던 곽 대표는 프레스 금형 기술직으로 입사했다. 이후 금형 기술력에 사무적인 소양까지 인정받아 기술 영업부서로 이동하게 되고 기능인으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오성사에서의 7년이 금형기술에 세밀하게 집중한 시간이었다면 기술영업은 도면 접수에서 공정 및 원가분석까지 기술 전반에 대해 전체적으로 통찰하는 능력을 길렀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오성사에서 익힌 현장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17년간 젊음과 열정을 바쳐 금형 분야에서 인정받는 기능인이 된 곽 대표. 하지만 또 다른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외환위기로 사업부가 축소된 것이다. 결국 회사를 떠나 인생의 2막을 열어간다.
“막연히 내 사업을 하고 싶단 생각은 했지만 갑자기 회사를 나오니 막막 하더군요. 그래도 ‘기술력을 밑천삼아 살아온 대로 정직하게, 열심히 살아보자’고 마음먹었죠. 집 사람의 적극적인 권유도 있었고요.”
1999년 (주)대경테크노의 시작은 미비했다. 퇴직금과 모아둔 전 재산을 털어 60평 규모의 작은 공장과 범용 프레스 기계 5대를 마련했다.
곽 대표와 아내, 직원 1명이 주문받은 부품을 밤 새워가며 열심히 만들었다. 주로 수주 받아 생산한 제품은 휴대폰 부품이었다. 다행히도 24년간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 성실성이 빛을 발하면서 사업은 조금씩 성장했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2004년부터는 언젠가 기회가 오리라는 믿음으로 정밀가공 분야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며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추구했다.
이러한 믿음은 지난 2009년,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높은 품질과 경쟁력 있는 제조 단가, 안정적인 생산 가능성을 인정받아 자동차 ABS 등의 필수 구성요소인 개방형 톤휠(Tone Wheel)을 수주하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주)대경테크노는 급성장했고 현재 연매출 172억원에 종업원수 47명,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업체와 자동차 부품 글로벌회사인 타이코 일렉트로닉스에 납품하고 있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금형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면서 ‘지칠 줄 모르는 노력’과 ‘기술을 향한 집념’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올해는 사출성형(射出成形) 확대로 어셈블리 제품의 원스톱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편, 곽 대표는 왕성한 학구열로 44세의 나이에 구미1대학 자동차학과에 입학하여 50세에 졸업하였으며 지금은 금오공과대학 경영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어렵게 공부를 한 그인지라 어려운 사람의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아 현재 구미전자공고 등 6개 학교에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이공계 학생과 기능인을 지원하는 ‘곽현근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제겐 어려운 가정 형편, 짧은 가방끈이 장해물이 되지 않았습니다. 장인정신으로 끈기를 가지고 도전하고 매진하면 누구든 기능인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근성만 있으면 된다.” 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