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이사들의 핵심기술 중국유출 파문이 당초 의혹을 제기한 노조와 사측이 또다른 쟁점사안인 대규모 구조조정 불씨를 잠재우는데 합의하면서 ‘제2의 론스타 사태’처럼 장기화 될 전망이다.
지난 수년간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론스타게이트를 추적해온데 이어 또다시 전국금속산업연맹 등과 함께 제기한 쌍용자동차의 핵심 자동차 기술 중국 유출의혹이 쌍용차 이사 9명 전원에 대한 검찰고발로 이어진 건 지난 8월1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센터가 밝힌 ‘투기자본의 먹튀를 답습한 쌍용차 이사들에 대한 검찰 고발’사연은 꽤나 충격적인게 사실이었는데….
투기자본의 ‘먹튀’답습?
2004년 10월 중국 상해기차집단공사(SAIC.이하 상하이차)에 매각되면서 중국내 자동차 인수합병 1호로 등록된 쌍용자동차. 투기자본센터는 바로 이 쌍용차의 현 대표이사 및 이사들이 대주주인 상하이차로 하여금 재산상 이득을 취득케 할 목적으로 핵심 자동차 기술을 유출, 회사에 심대한 재산상 피해를 입혔으며 이로인해 상하이차는 불법적인 이득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장기투자와 고용안정 약속은 파기되고 기술유출과 대량해고를 일삼는 상하이차는 투기자본인가. 검찰은 쌍용자동차 이사의 배임행위를 수사 처벌하라. 정부는 쌍용자동차의 매각과 관련한 비리의혹을 낱낱이 밝혀라.”
투기자본의 ‘먹튀’(프로 스포츠 리그에서 높은 계약금이나 연봉을 받고 이적한 선수가 이적한 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보일때 그 선수를 일컫는 말로 ‘먹고 튀었다’는 의미에서 나온 단어)를 답습한 쌍용차 이사들에 대한 고발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되고 일주일여만인 지난 8월17일. 이번엔 이 회사 노조원 4천여명이 550명에 이르는 사측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사실상 쌍용차 기술의 중국유출을 전제로한 인위적 구조조정이라며 상경집회를 열었다.
국내 RV자동차 기술과 엔진기술 노하우 중국유출을 알리는 삼보일배 행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작된 폭염아래 행진은 이화로타리를 거쳐 중국대사관까지 길고 끝없이 이어졌다.
이날 상경집회에 참석한 평택 완성차공장과 창원엔진공장 등 5개 공장 조합원 4천여명은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인수 당시 약속한 투자와 고용보장을 외면한 채 핵심기술 이전에만 몰두, 인위적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상경집회를 주도한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김규환(39)부위원장은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당시 노조와 고용승계 보장, 중장기적 계획에 의한 투자, 경영자율성 보장 등 특별협약을 체결했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오히려 인수이전 개발이 95%이상 진행됐던 카이런을 기술이전이란 명목하에 도둑질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L-프로젝트는 빨간 사과’이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검찰고발장에 게재했듯 개발비 3천여억원의 신차 ‘카이런’이 소위 ‘L-프로젝트 라이센스 계약’에 의거, 불과 240억원에 중국에 팔려나간 내막은 무엇일까.
노조측은 “쌍용자동차의 대주주가 된 상하이그룹의 부총재 장쯔웨이가 노조와 특별협약서를 맺고 향후 쌍용차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이제까지 신규투자를 외면한 채 경영진을 교체하고 오히려 치밀한 계획하에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을 진행해 왔다”는 주장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역시 “상하이차는 지난 6월 노동조합과 별개로 중국으로의 기술이전을 완료하기 위한 이른바 ‘L-프로젝트’를 체결했다”며 “외견상 이 프로젝트는 중국 현지에서 엔진생산공장을 준공하고 쌍용차의 차종 ‘카이런’을 생산한다는 것이지만 속내용은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즉 “체결된 라이센스 계약금액은 240억원으로 이는 카이런 개발비 3천여억원의 1/10수준에도 못미치는 있을 수 없는 계약”이란 지적이다.
업무상배임에 따른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형법 등 관련법률에 따른 엄중처벌을 촉구한 노조와 투기자본감시센터의 고발장. 하지만 일단 쌍용차 노사가 쟁점인 대규모 구조조정 불씨를 잠재우면서 수면아래로 내려가 버린 기술유출 의혹은 론스타게이트처럼 기나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채 여론밖으로 밀려났다.
“꾸준한 대국민 토론회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당시 쌍용차 매각자료들을 취압해 낼 계획이다. 검찰수사도 론스타사태처럼 2년이상 가지않겠나. 이제 1라운드일 뿐이다.”
쌍용차가 밝힌 ‘기술유출 터무니없는 일’이란 입장과 달리 여론밖으로 밀려난 쌍용차 사태에 대한 담담한 이후 일정을 밝힌 투기자본감시센터의 또 다른 시작 ‘쌍용차 기술 유출’추적이 주목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