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능에 대해 순위를 꼽으라면 그 첫째가 식욕이고, 다음이 성욕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성욕이 식욕을 앞서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고 교육을 많이 받았다 하더라도 본능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성욕을 절제하고, 심신을 평온히 유지하는 것이 섭생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는 점은 본능을 거스른다는 면에서 아이러니컬하다.
요즘 선남선녀들은 정력에 대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력에 좋다면 고가의 희귀한 식품이라도 구하려고 안달이다. 이는 오직 인간의 본능인 성욕에 대한 과도한 집착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력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다. 한의원과 비뇨기과 의원을 찾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부인의 권유에 의해 오는 남성이더, 정력, 특히 성적인 스테미너가 남성 여성을 불문하고 인간에게 중요한 문제임을 확인시키는 대목이다.
한의학에서 보는 정(精)은 인간생명활동의 기본적인 물질이다. 정의 기능은 생명력을 강화시키고 생식을 통해 후대를 존속, 계승시킨다. 특히 인체 각 장부의 기능활동을 자양하는 원천인 동시에 질병에 대한 예방과 저항능력을 강화시켜 건강과 생명연장의 척도로 인식되고 있다.
흔히 정이라 하면 으레 정력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는 잘못이 아니며, 정의 범주에 정력이 포함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한의학에서 말하는 정은 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건축물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철근, 시멘트, 모래, 자갈 등이 필요하듯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로 정(精) 기(氣) 신(神) 혈(血)을 들고 있는데 그중에서 생명활동을 유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을 정이라 한다.
그 기능으로는 생명력 강화, 생명활동 정상적 유지, 생식을 통해 후대 존속 계승, 생장과 발육 촉진 등이다. 뿐만 아니라 인체 각부와 장부의 기능활동을 충분하게 자양하는 원천인 동시에, 뇌수를 생성하여 정신활동의 물질적 기초가 되며 질병에 대한 예방과 저항능력을 강화시킨다. 따라서 정을 저장한다 함은 곧 건강과 생명의 강화를 뜻한다.
서양의학에서는 적당한 수음과 성생활은 건강유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는 정을 단순히 정액이라는 하나의 성분으로 분석하여 부단히 보충되어지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을 보다 포괄적인 인체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인식하기 때문에 비록 보충되어지는 정이라 할지라도 정의 무조건적인 장양을 주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정이 오직 생식방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체 전신에 걸쳐 다양한 기능을 발휘케하는 물질적 기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정의 손상은 여러 가지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과도한 성생활로 인한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정액은 하나의 생명체를 잉태케 하는 생명의 정수이므로 이의 소모는 다른 어떠한 원인보다도 크게 정의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을 기르고 저장함에 있어 가장 가깝고 효과적인 방법이 성욕의 절제와 심신의 평온인 것이다.
인간은 조물주로부터 성적쾌감을 부여받았지만 이러한 쾌락이 인간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어 있음을 바로 보아야 한다. 부단히 정진해 색욕을 절제함으로써 정을 길러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