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볼까 두려웠다”
용산구청 앞에서 만난 정씨는 오랜 노숙투쟁으로 감기는 고질병으로 이어졌고, 눈까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정씨는 “몸이 아픈 것보다 집이 없어 아이들을 친척집이나 친구집을 맴돌게 하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고 하소연 했다.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남매의 엄마인 정씨. 관리처분이 끝나기도 전에 시작된 강제철거, 정씨는 “집 안에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머로 지붕에 구멍을 내고, 가재도구를 박살내고, 무단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사람을 강제로 끌어냈다”며 “폭행당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혹시나 볼까봐 더 걱정됐다”고 한다. 이처럼 정씨의 억울함은 4년여 기간의 투쟁이 말해주듯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씨에 따르면 집회 뿐 아니라 1인 시위를 할 때마다 용산구청의 탄압과 감시는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2004년 6월부터 시작된 천막생활. 하지만 이 천막생활은 5번의 철거로 이어졌고 철거를 위해 나선 용역직원들의 욕설과 폭행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게다가 철거에 나선 용산구청 직원과 용역직원을 말리는 과정에서 폭행,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등의 이유로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실정이다. 정씨는 “상식적으로 철거 현장에 있던 여자 4명이 구청직원과 용역직원 80여명을 폭행했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게다가 주거권 요구하는 전임 위원장에게 법정구속 현재 4개월을 선고해 복역 중”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용산구청의 끝없는 감시, 탄압

용산구청 박기순 총무과장은 시사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임대아파트를 준다고 약속했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한 전세금까지 달라고 떼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법과 질서를 바로잡고 정의차원에서라도 저들의 투쟁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위원장의 말은 달랐다. 정위원장은 “우리가 돈만 바라는 파렴치범으로 만드는 용산구청 직원들의 파렴치함에 치가 떨린다”며 “돈 맡겨놓은 것도 아니고 임대주택 전세자금은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감수할 것이고, 그런 논의 자체가 용산구청과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어 그는 “몸도 마음도 망가진 우리도 이 노숙생활이 지겹고 끝내고 싶다”며 “문서화만 해준다면 당장 끝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이들이 거주하던 자리에는 이미 40층 높이의 아파트가 지어졌다. 이들의 요구는 크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살 안전하고 따뜻한 작은 평수의 집이면 충분하다. 철거민 대부분이 극빈층으로 우유배달, 가정도우미, 건물청소 등으로 생활을 이어가며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이들의 목소리를 정부가 계속 외면한다면 이들의 삶은 노숙투쟁을 하는 지금보다 더욱 황폐해 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