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무원=철밥통’이란 등식을 깨고 260여명 안팎의 ‘퇴출 후보’를 선정하면서 전국 공무원 사회가 혼란에 휩싸였다. 밤잠을 설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각 지자체에서는 앞다퉈 서울시와 인사방침을 나란히 하고 나섰고, 구조조정이 웬말이냐며 공무원 노조는 들고 일어나는 분위기다.
‘퇴출후보 3%’ 제도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도높게 추진중인 인사개혁의 핵심 사안인데다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열풍으로 인해 객관적인 ‘퇴출후보’의 처리 과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부천시 무능력 공무원 해임 첫 단추
경기 부천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능력한 공무원을 해임하는 등 무능·불성실 공무원에 대한 퇴출제가 탄력을 받으면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무능 공무원 퇴출과 함께 대전시가 4월부터 평일 근무시간중 주민등록 민원업무를 볼 수 없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주민등록 민원업무를 처리키로 하고 사전 예약을 받기로 하는 등 관공서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부천시는 지난해와 올해 자체 평가를 통해 근무태만이나 무사안일 등 조직분위기를 해치거나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판명된 직원 10명 중 1명을 해임하고 나머지 9명의 보직을 박탈했다고 19일 밝혔다.
해임된 문제의 공무원은 7급으로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안해 다른 직원이 대신하게 만드는 등 조직 운영에 피해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3% 분류를 본격화하고 있다. 본청 및 사업소 공무원 1만여명 중 지난 15일 3% 퇴출후보 명단을 제출받은 서울시는 19일 전출 대상자 1397명의 명단을 각 실?국?사업소로 보내는 등 퇴출 후보자 선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들 중 자기 부서에서 강제 퇴출된 260여명은 정기 인사대상자 및 자진 전출희망자들과 섞여 ‘인력시장’에 나가게 된다.
퇴출후 그들의 운명은?
일단 강제 전출 대상자 명단에 오른 직원은 다시 그 부서에서 ‘러브콜’을 해도 그 실·국으로 원대복귀하지 못한다.
실·국별로 1명씩 강제 할당한 5급(팀장급) 직원만은 예외적으로 원 부서에 복귀할 수 있다. 이들은 21일, 25일 두 차례에 걸친 타 실?국으로부터 ‘전입’ 승인을 받지 못하면 자기 소명자료를 만들어 26일 감사관실에 제출해야 한다.
감사관실 검증에서도 구제받지 못한 직원들은 4월10일 현장시정추진단으로 발령 받는다. 이들은 매연차량 단속, 쓰레기 수거 등 단순 노무업무에 투입된 뒤 근무성적을 평가받아 부서에 재배치되거나 직위해제를 거쳐 면직된다.
서울시는 소방공무원 5276명에게도 3% 퇴출후보 시스템을 적용키로 하고 지난 16일 소방령 이하 150명을 명단에 올렸다.
소방관 퇴출후보들은 주차단속 같은 업무에 투입되지 않고 화재진압이라는 본연의 업무 성격과 관련한 부문에 투입될 예정이다.
오세훈의 구상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민선 4기 서울시정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던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공무원 퇴출논란과 관련, “어느 조직이든지 열심히 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은 퇴출받아 마땅하다”며 “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서울시 인사안을 지지했다.
지난해 6월 인수위 당시 공동위원장으로 참여, 오 시장과 함께 간부급 인사 구상 등에 머리를 맞댔고 “오 시장은 당시에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 공무원들에 대한 처리를 고민해왔다”고 밝혔다.
즉, 오 시장의 ‘3% 퇴출 후보 의무화’ 인사안은 당선자 인수위를 꾸리면서부터 밑바탕이 그려져 있었으며 당시 인수위는 시청 내 각 국장, 실장, 간부들을 만나면서 개인의 개혁의지, 현실성 등을 파악, 오 당선자에게 보고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 최 대표는 “오 시장 입장에서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자질은 있으니 이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런 사람들이 역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거나 태만한 부분이 있어, 그대로 두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이는 어떤 형태로든 처리하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또 ‘오 시장의 3% 퇴출인사’에 대해 “좋다고 보고, 공복으로서 시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태만하면 퇴출되어야 하고, 자극을 주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인터넷 게임이나 하고, 상대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그런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그런 사람은 당연히 국민의 세금이나, 서울시의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라도 퇴출받아 마땅하고, 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시스템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지했다. 시 공무원노조가 오 시장의 인사안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최 대표는 “걸림돌 되는 사람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찾아내느냐가 중요하지 부정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앞서 자신의 인사안에 대한 반발과 논란이 일자 13일 시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인사안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우리 모두의 피와 땀을 좀먹는 극소수의 부적격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이를 거부한다면 퇴출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그 결과 고육지책으로 시작하는 것이 ‘3% 추가 전보인사’”라고 설명했다.
“간부에 줄서기하란 말이냐” 공무원 노조 반발 확산
그러나 오 시장의 이같은 취지와 설명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노조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서울시가 시행 중인 ‘퇴출 후보 3% 의무화’ 제도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전공노 서울시청지부는 “변호사를 통해 인권위 진정과 행정소송의 실익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수집해 현장시정추진단이 확정되는 다음달 10일 이전에 진정과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또다른 노조인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19일 오후 서울시청 본관 뒤뜰에서 1,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퇴출 후보 3% 선정 중단과 노조 의견 수렴 등을 요구했다.
시 공무원 노조는 “서울시가 객관적 기준도 없고, 공무원 단체와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현장시정추진단’을 운영하고자하는데 대해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며 “우리 동료들이 3%에 들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간부에 줄서기를 하고 동료를 상대로 무한경쟁을 하는 직장 내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특히 각 지자체가 서울시의 인사방침을 벤치마킹하고 나서면서 노조는 이 제도가 강행될 경우 시장 퇴진운동과 함께 제도가 철회될 때까지 전국 공무원 단체와 연대해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맞서고 있어 논란은 쉽사리 잠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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