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유근호(30)는 포크 싱어송라이터다. 요즘 젊은 뮤지션에게는 그 수식만으로도 차별화된다. 지난 2013년 발매한 정규 1집 '워크 얼론(Walk Alone)'은 서정적인 무게감으로 유근호의 존재 가치를 알렸다.
2년만인 최근 발매한 새 미니앨범 '무지개가 뜨기 전에'는 다소 밝아졌지만 그의 음악적인 고민의 무게까지 덜어낸 건 아니다.
어쿠스틱 감성과 청량감이 어우러져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포크 팝사운드의 5곡은 더운 여름에 신나는 댄스곡보다 오히려 편안하고 부담 없이 귀에 들어왔다.
최근 홍대에서 만난 유근호는 "이전에는 다소 밖으로 꺼내기 부끄러워하던 감성들을 끄집어냈다"고 웃었다. 수줍음 많은 그는 대중음악 신과 한층 친밀해졌고 그래서 내재돼 있던 감정들을 억지스럽게 꺼내지 않아도 안에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다. 그 만큼 그의 음악이 풍성해졌다.
-1집과 분위기가 달라져 팬들이 놀라지는 않았나요?
"제 자신 안에 있는 것을 억지로 짜내서 한 것은 아니라서요. 유근호에게도 저런 면이 있구나, 그 정도로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전보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지만 관통하는 정서는 여전하거든요."
-지난 1집에 대한 반응이 좋았어요. 회사를 통해 발매한 앨범이 아닌데요(현재 그는 빌리어코스티 등을 매니지먼트하는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됐다.), 알음알음 많은 분들이 아셨죠.
"아무런 기대 없이 냈던 앨범인데 정말 감사했죠. 홍보도 전혀 하지 않았었는데 팬들도 점차 생기고 제게는 고마운 앨범이죠."
-앨범과 동명 곡인 '무지개가 뜨기 전에'는 제목이 참 예뻐요. 청량한 사운드가 인상적인데, 무지개를 즐기려면 비를 맞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만든 곡이라면서요.
"예전에 듣고 정말 공감이 됐던 말이에요. 희망차지만 현재는 힘들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죠. 멜랑콜리하고 우울한 느낌은 있지만 로킹함도 가져가고 싶었죠."
-본래 정서가 마냥 밝지 않은 것 같아요. 음악들이 대체로 절제돼 있고 담백합니다.
"정서랑 감정을 증폭시키는 걸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의 감동이 좋고요. MSG를 친 음악은 좋아하지 않아요."
-본인이 하는 음악과 근호 씨가 참 닮은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쉽게 친해지기는 힘든데 한번 친해지면 오래 가죠. 오래도록 굉장히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은 편이에요. 억지로 무엇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 것을 잘 해야죠(웃음)."
-타이틀곡은 가수 오은비 씨가 피처링한 '얄미운 나비인가 봐'죠. 어쿠스틱 팝인데 매력적인 곡이에요. 동요 '나비야'를 차용한 것도 재미있고요.
"현철 선배님의 노래를 염두에 두고 쓴 곡이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과거에 들었던 기억이 계속 맴돌아서요. 좀 오그라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이 노랫말은 멜로디와 만난 인연이라 생각했어요. 억지로 고치거나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처음 인연대로 가는 노래가 좋을 때가 많거든요."
-'둘이서'는 가수 이규호 씨가 협업했어요. 인디 신의 대선배님인데요. 맑고 투명한 감성의 대표주자이신데 잘 어울려요.
"1집 때 영광스럽게도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이후 서로 공연의 게스트로 나서기도 했죠. 꿈결 같은 느낌을 주는 코러스가 필요했는데 규호 형이 딱이라고 생각했죠. 워낙 목소리가 몽환적이시잖아요."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나요?
"배운 적은 없어요. 고등학교 때 집에 기타가 있었고 (어쿠스틱 감성 사운드로 인상적인) 케렌 앤의 '낫 고잉 애니웨어(Not Going Anywhere)를 듣고 저 곡을 치고 싶다고 생각해 독학을 하게 됐죠. 대학도 음악 관련 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대학 들어가서 하라고 반대하셔서 대학(고려대 국문과)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휴학하고 밴드 생활을 시작했죠."
-학교 내에서 음악을 시작한 건가요?
"끼리끼리 만난다고 음악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자연스레 뭉쳤죠. 근데 당시에는 이렇게 앨범까지 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친구들하고는 건물을 통으로 빌려서 지하실은 녹음실로 쓰고 함께 살고 있어요. 합주 등을 같이 하는 일종의 '음악 집단'이에요. 앨범을 함께 만들고 하는 건 아닌데 일종의 협동조합이죠. 지금은 여섯 명이 함께 살고 있어요."
-자양분이 된 음악들이 있나요?
"처음에는 록음악을 많이 들었고 가면 갈수록 포크 음악을 들었죠. 제일 좋아하는 팀은 '라디오 헤드'에요. 후기 앨범은 정말 전위적인데 그런 실험정신이 너무 좋아요. 음악 신의 최전선에 있는 밴드라고 생각해요."
-지금 근호 씨가 하는 음악과는 좀 달라요.
"처음에는 그런 음악을 생각했는데 지금은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웃음). 근데 전 정교한 편곡이나 사운드보다는 가사와 노래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말 그대로 노래 그 차체요."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신과 명문대인 고려대라는 꼬리표는 부담스럽지 않나요.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나 고려대나 제가 결국 하는 음악과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걸로 인해 팬들이 저에 대해 기대하는 바도 잘 못 느끼고요."
-한국 대중음악 신에서 젊은 뮤지션이 포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자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는 정말 더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봐요. 제가 잘 해서 포크의 영역을 넓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왜 음악을 하나요?
"제게 이제 음악밖에 남은 게 없어요(웃음). 제 일이라고 생각하고 제 존재를 확인시켜 줄 수 있은 것이 이것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음악이 가장 재미있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