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경숙 기자]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23일 내부순환로 정릉천 고가와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교량에 대한 전수조사 후 필요시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시의 부분 폐쇄 조치에 대해서는 잘한 일이라고 치하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정릉천 고가 현장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정릉천 고가 케이블 절단) 원인 조사와 함께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필요시)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고) 복구·수급에 쓰이는 돈이 예방 비용의 4~7배는 더 든다"면서 안전에 대한 투자를 낭비로 봐선 안된다는 취지의 언급도 보탰다.
박 장관은 서울시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자체점검 과정에서 중대한 결함을 발견하고 시민안전을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만약 (올해) 국가안전대진단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다. 조기 발견돼 다행"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를 모범 삼아 국가안전대진단 기간에 더욱 철저하게 안전점검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안전처는 이날 정릉천 고가처럼 텐던(강연선이 묶여 하나의 케이블을 형성)을 사용하는 PSC공법으로 건설된 교량의 정밀 안전점검을 지시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냈다. 서울시 사례도 함께 전파했다.
박 장관은 또 지어진 지 17년밖에 안됐는데도 중대 결함이 발견돼 부실 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위험요인이 발굴된 만큼 원인을 명확히 분석하라. (그래야) 향후 교량 안전성 확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수·보강공사 기간 차량 통제에 따른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교통 대책을 시급히 강구할 것도 지시했다.
앞서 서울시는 정릉천 고가 콘크리트 상판을 지지하는 텐던(대형케이블) 20개 중 외부로 노출된 1개가 끊어진 것을 발견하자 22일 0시부터 양방향 차로(길음램프~성동분기점)를 긴급 폐쇄했다.
완전 복구까지는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가설 교각을 임시 설치해 내달 20일께 차량 통행을 재개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폐쇄 조치 후 주변 도로에서는 이틀째 극심한 차량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릉천 고가는 하루 평균 9만8000여 대의 차량이 오가는 1종 교량이다. 1999년도에 개통 이래로 2001년부터 정밀점검 6회, 정밀안전진단 2회가 이뤄졌다.
지난해 5~12월 실시한 정밀 안전점검에서 이번 결함이 발견되지 않아 'B등급'을 받았다. B등급은 안전에 지장이 없고 사안이 비교적 경미하다고 판단될 때 내려진다.
이때문에 올해 국가안전대진단 기간 관리주체의 자체 점검만 시행할 뿐 안전처의 집중 점검 대상에서는 제외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