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국회의 '원 구성'을 놓고 치열하게 펼쳐졌던 여야의 '힘겨루기'가 일단락 됐다. 10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 장병완 원내대표가 국회 회동을 통해 원구성 합의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비록 여야 합의로 국회의 정상적 운영에 한발짝 다가서게 됐지만 아직까지도 잠재된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다는 평가다.
◇ 절묘한 '균형' 인가
원 구성 협상을 놓고 최대 관심 포인트였던 국회의장은 여당인 민주당이, 국회 부의장 2명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각각 맡게 됐다. 또 다른 핵심사항이었던 법사위와 운영위는 관례대로 배분됐다. 민주당이 운영위를, 제1야당인 한국당이 법사위를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총 18개 상임위 중에서 민주당이 8곳, 한국당이 7곳, 바른미래당은 2곳,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에는 1곳씩 배당됐다.
상임위 배분의 상세사항을 보면, 민주당에게는 운영위, 기재위, 정무위, 과방위, 국방위, 여가위, 행안위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교육위와 문화체육관광위의 2개로 분리된 곳 중 문화체육관광위가 배정됐다. 이에 더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한 6개의 특위(윤리특위, 정치개혁특위, 남북경협특위, 에너지특위, 사법개혁특위, 4차산업혁명 특위) 중에서 남북경협특위와 사법개혁특위도 민주당 차지가 됐다.
한국당에겐 법사위, 예결위, 국토위, 보복위, 환노위, 외통위, 산자위와 더불어 윤리특위(비상설)와 에너지특위가 주어졌다.
바른미래당에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나뉘어진 교육위와 정보위가 맡겨졌고,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은 농해수위와 정치개혁특위를 품에 안게 됐다.
이런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사실상 한국당이 승리한 결과가 아니냐'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원 구성 합의는 일견 절묘한 균형을 이룬 결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핵심 상임위로 평가되는 기재위 ,정무위, 국방위, 문체위는 민주당이 가져가고 이와 비슷한 비중의 예결위, 국토위, 산자위, 외통위는 한국당이 깃발을 꽂았으니 얼추 균형이 맞아보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한국당이 민주당에 비해 열세인 당세로 봤을때는 상대적으로 한국당의 승리로 볼수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평화당과 정의당은 불만스런 결과로 받아 들일 것 같다"면서 "평화당은 내심 독자적으로 2곳의 상임위를 노렸었는데 정의당과 합해서 2곳을 얻은 결과이므로 특히 불만스러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국회는 13일 오전 10시에는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키로 했고, 16일 본회의에선 상임위원장 선출을 진행하고, 교문위 분할 등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은 같은 날 처리키로 했다. 대법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23일∼25일 동안 치러지고 26일에는 임명동의 표결을 하기로 했으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23일까지 심사를 완료하기로 했다. 교육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선출은 26일에 실시된다. 국가인권위 및 국민권익위 위원도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해 선출될 예정이다.
◇ '불씨' 남긴 원 구성 합의
국회가 여야 합의로 원 구성에 성공했지만 잠재된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여야가 치열하게 다퉜던 법사위 관련 사항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당의 신보라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법사위 사수로 집권여당이 입법권력까지 장악하려는 것은 막았다"고 자평했다.
반면, 민주당은 앞서 지난 8일 박경미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서 "법사위는 20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의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몫이었다. 이로 인해 개혁입법이 사사건건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들이 법사위 전횡으로 보류되기 일쑤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례로 교육부로부터 대학폐쇄와 법인해산 명령을 받은 부실사학 서남대의 잔여재산이 그 일가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 막혀 아직도 계류 중"이라며 "법사위가 옥상옥(屋上屋)으로 상원 아닌 상원 노릇을 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같이 해당 상임위를 어렵게 통과한 법이 법사위에 막혀 국정운영과 사회정의 실현의 걸림돌이 된 예는 부지기수"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 속에 민주당이 '법사위 사수'를 부르짖는 이유가 잘 드러나있다는 시각이 적잖다. 즉, 민주당은 법사위를 반드시 지켜내어 이른바 '개혁과제'를 수월하게 통과시키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양당의 이 같은 상반된 입장 차이는 다소 어정쩡하게 봉합됐다는 평가다. 여야 간의 최종 합의가 '법제사법위의 월권 방지 문제는 운영위 산하 국회운영개선소위에서 다루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야는 소위에서 법사위 등 효율적인 상임위 활동에 관한 제도개선과 특수활동비 제도개선을 협의키로 했다.
이런 결과는 결국 민주당이 '현재 상태 그대로의 법사위'로는 한국당에 넘겨줄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법사위의 권한을 축소시킨 상태에서 한국당이 법사위를 맡게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문제를 놓고, 향후 운영위 산하 국회운영개선소위에서 최종 '교통정리'되는 과정에서 여야 간의 충돌이 예상된다. 더군다나 이 문제의 '디테일'을 다룰 운영위를 민주당이 맡게된 상태에서는 더욱더 그럴 개연성이 높아보인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