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이 18일~20일에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미뤄졌다. 여당과 야당은 10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서 이 같이 합의했다.
가까스로 합의는 했지만,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을 둘러싸고 여야의 시각차는 현저해 보인다.
이날 세종시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는 "국민의 72%도 비준동의를 해줘야한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어제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열병식이 있었는데, ICBM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등장하지 않은 것을 주목하는 견해들이 있다. 미국에서도 이를 높이 평가했고 각종 언론에서도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이렇게 조금씩 활로를 열어가면서 발전해가고 있는데 이것이 다시 중단되거나 역진하지 않도록 우리당도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의에서 박광온 최고위원은 "평화가, 비핵화가 밥이라고 한다면 밥을 짓기 위해서는 쌀과 연료가 필요할텐데 밥이 다 된 다음에 쌀을 사는 돈을 주겠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며 "국회 비준동의안을 모두 정전협정 이후로 미룬다던지 비핵화가 이루어진 다음에 하자든지 하는 얘기는 순서로 볼 때 맞지 않다"고 일갈했다. 이어 "나라의 장래가 걸린 문제이고 후손의 장래가 걸린 문제를 정파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것은 김정은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장래를 위해서,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우리의 청년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야당이 이 문제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국민을 생각하는 관점에서 보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와는 상반된 견해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경제 실정에 허덕이는 문재인정권이 판문점선언 비준안을 일방적으로 들이밀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북핵폐기를 위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이 해야 할 시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제 현실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문재인정권이 제출해야 하는 것은 비준안이 아니라 경제회생안"이라며 "선물보따리는 김정은 아니라 국민과 기업에 풀어나야 할 것이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로 덮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자리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평화구축이라는 것은 대화와 타협, 경제적 협력, 지원, 돈 갖다주고 하는 것은 평화구축이 아니다"라며 "북핵이 폐기될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사안들이 많다. 북핵폐기에 대해서 집적으로 김정은 위원장 육성으로 들은 적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평화를 위한 첫단추를 꿰는 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야당인 한국당은 '북한의 비핵화가 선결과제이고 이 문제의 해결이 없는 판문점 선언 비준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의 시각차는 양당의 논평에서도 극명히 드러났다. 앞서 전날 민주당의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한반도 평화를 원치 않는가'라는 제하의 서면 브리핑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에 협력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도 없이 국민에게 엄청난 재정부담만 지운다는 것인데, 두 가지 모두 틀렸다"며 "먼저,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4·27 판문점선언에서, 깜짝 만남이었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났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핵시설들을 폐기했고, 미군유해를 송환했으며, 오늘 9·9절 열병식에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가 이루어진다고해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 없이 우리 국민의 세금인 국가재정이 자유한국당의 우려처럼 무조건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판문점 선언 이행으로 남북간 교류가 활성화되면 그로인해 얻는 경제적 이득은 막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당에 이런 입장에 대해 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당의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판문점 선언을 국민적 합의 과정도 생략한 채, 비핵화 이행에 대한 확실한 담보도 없이 동의해줄 수는 없다"며 "입법부 일원으로서 행정부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방기할 수 없으며, 핵 있는 평화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는 "자유한국당은 평화를 당연히 원한다"면서 "민주당의 평화는 국민이 얼마나 부담을 지어야하는지 묻고 따지지 않는 평화이다. 그에 반해 우리 자유한국당의 평화는 국민에게 얼마나 부담이 지어지는지 승인받고 추진하고자는 진정한 평화라는 점을 명심해주길 바란다"고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