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고객과 사업자가 결정해야 할 폐차 매입 가격을 배기량별로 결정해 놓고 이를 각 사업자에게 강제한 관련 협회와 산하 지부가 총 5억440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받게 됐다. 이들은 폐차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위반에 따른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공동 휴무를 실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사)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이하 폐차업협회)와 6개 지부(경기, 경기연합, 인천, 세종·충남, 충북, 강원)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폐차업협회와 경기지부에 대해 각각 5억원과 4400만원의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폐차업협회와 경기지부 등은 2011년부터 소속 구성 사업자(폐차 사업자)의 증가, 폐차대 수 감소 등으로 구성 사업자의 경영이 악화가 된다는 명목으로 2013년부터 폐차 가격 안정화 사업을 시작했다.
폐차 매입 가격은 폐차 사업자가 폐차를 하고자 하는 고객으로부터 폐차를 매입할 때 지불하는 가격이며, 이 가격은 폐차업자와 고객 간 협의로 결정된다. 그러나 폐차업협회는 2013년 4월과 9월 및 2014년 10월 등 3회에 걸쳐 이사회에서 폐차 매입 가격을 결정한 후 이를 중앙일간지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구성 사업자 등에게 알렸다. 배기량에 따라 △1300cc 미만 20만원 △1500cc 미만 30만원 △2500cc 미만 35만원 △대형승용 40만원, △SUV 50만원 등으로 결정한 것.
경기지부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2015년 1월 63개 품목으로 세분화된 차종별 적정 기준가를 마련한 후 이를 구성 사업자에게 공지했다. 이에 따라 △마티즈 15만원 △엑셀 25만원 △소나타 35만원 등과 같이 차종별로 폐차 매입 가격이 세분화됐다.
아울러 경기지부, 경기연합지부, 인천지부 등 3개 지부는 2013년 3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총 7번의 합동정화위원회를 개최해 배기량별 폐차 매입 가격 및 이를 위반 시 제재 방안 등이 포함된 ‘선진 폐차 문화 정착 합의안’을 결정한 후 이를 각 지부 구성사업자에게 알렸다.
또한, 경기지부, 경기연합지부, 세종충남지부, 충북지부, 강원지부 등 5개 지부는 2013년 9월 합동정화위원회를 개최해 결정된 배기량별 폐차 매입 가격과 구성 사업자 모두 폐차 가격 가격 안정화에 적극 참여해 달라는 취지의 ‘선진 폐차 문화 정착 호소문’을 작성해 각 지부 구성 사업자에게 공지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사업자 단체가 구성 사업자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준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구속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요청이나 권고 등에 그치는 경우에도 사업자 단체의 가격 결정·유지 행위에 해당한다”며 “폐차업협회와 6개 지부의 폐차 매입 가격 결정·유지 행위는 개별 구성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폐차 매입 가격에 대한 기준 가격을 설정해 주는 것으로, 수도권 및 충청·강원 지역 폐차 시장에서 부당하게 가격 경쟁을 제한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경기지부는 차량 매입 중단으로 시장에 폐차가 남도록 함으로써 폐차 매입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2015년 7월 이사회에서 모든 구성 사업자가 7일 내지 10일간 통일해 휴무하기로 의결하고 이를 구성 사업자에게 공지했다. 충북지부의 경우, 2016년 2월 자신의 정관에 구성 사업자가 사업장 소재지를 제외한 어떠한 장소에서도 폐차 매입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과 이를 위반 시 징계한다는 내용을 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기지부와 충북지부의 행위는 구성 사업자들이 각자의 경영 여건에 따라 휴업 및 광고 여부를 결정할 사안에 사업자 단체가 부당하게 간섭한 것이므로 구성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제한한 행위에 해당된다”며 “이번 조치로 차량을 폐차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으로 매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 등에서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관련 분야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