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대구의 한 건설현장에서 번식력 있는 여왕개미를 포함한 붉은불개미 군체 수백마리가 발견됐다. 내륙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검역 당국은 검역절차를 강화하면서 붉은불개미의 내륙 확산 가능성이 낮다고 밝힌 바 있었으나, 검역 대상이 아닌 석재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됨에 따라 검역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대구시 북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여왕개미 1마리 △공주개미 2마리 △수개미 30마리 △번데기 27개 △일개미 770마리 등 총 830여마리의 붉은불개미가 발견됐다. 환경 당국이 전날 이 건설현장 조경용 석재에서 붉은불개미 일개미 7마리를 발견, 전문가 20여명을 동원해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추가 개체를 발견한 것이다. 아파트 공사현장 바닥과 주변 지역에서는 현재까지 붉은불개미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지만, 항만이 아닌 내륙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붉은불개미가 나온 석재는 중국 광저우 황푸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에 실려 이달 7일 부산 허치슨 부두에 입항한 뒤 감만부두를 거쳐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에 속하는 해충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붉은불개미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했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 교수가 비교한 곤충 독성(통증)지수를 보면 붉은불개미는 1.2로 꿀벌(1.0)보다 높지만 작은 말벌(2.0)·붉은수확개미(3.0)·총알개미(4.0)보다는 현저히 낮다.
‘살인 개미’라고 알려진 것보다는 독성이 강하지 않지만 ‘솔레놉신’이란 성분으로 인해 민감한 사람이 쏘일 경우 통증과 가려움이 나타나고, 아나필락시스성 쇼크(과민성 반응)를 일으킬 수 있다. 물린 후 세균에 감염된다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으며, 미국에서는 70년 동안 80명 가량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다. 이 밖에 진딧물 등 매미목의 해충과 공생하며 식물에도 직접적 피해를 주며, 소나 돼지 등 가금류에 달라붙어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해 생산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강화된 검역도 ‘무용지물’
문제는 검역 당국이 앞서 붉은불개미 차단을 위해 수입 컨테이너 검역 절차를 강화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내륙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검역본부는 지난 6월 번식이 가능한 붉은불개미와 수천여마리 개미 떼가 서식하는 개미집이 무더기로 발견되자 개미류 혼입 가능성이 높은 코코넛껍 등 32개 품목의 수입컨테이너 전체를 열어보는 검사를 실시했다.
특히 중국 복건성 등 불개미 분포 지역 11개성에서 수입되는 경우에는 수입자에게 자진 소독을 유도하고, 자진소독을 실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검역 물량을 2배로 늘렸다. 그러나 당국이 손댈 수 있는 컨테이너는 전체의 5%에 불과한 식물 검역 화물인데다 이마저도 검역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허술하게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었다. 당시 검역본부는 바람에 의해 항만 인근 수㎞ 떨어진 지역으로 붉은불개미가 퍼질 수는 있지만, 방제 소홀로 내륙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자체 번식이 가능한 여왕개미까지 확인되면서 비상이 걸린 환경 당국이 전문가와 함께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 당국은 △중국산 조경용 석재에 스프레이 약제를 살포한 뒤 비닐 밀봉해 훈증 소독 △발견지점 반경 2㎞ 내에 개미 트랩을 설치해 예찰조사 △석재가 수입된 부산 항구와 컨테이너 소독 △석재를 옮긴 트럭 11대의 이동 경로 추적해 개미 트랩 설치 △고위험지역인 26개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대한 세관 검역 강화 등의 조치에 들어갔다.
환경 당국 관계자는 “여왕개미를 포함한 대량 군체가 발견된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붉은불개미가 공사현장 이 외의 국내 생태계로 확산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