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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길고, 굵게" 저항하며 사랑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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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감옥에서 틀어주는 TV에 나오는 대사인데,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많이들 원숙해지잖아. 그러면 그 만큼 '패기'나 '피 끓음' 같은 것을 잃어버리게 되나봐.
수찬아, 우리는 원숙해지면서도 '패기'와 '피 끓음' 같은 것 잃지도, 잊지도 말자꾸나.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우리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용기, 피 끓음, 저항 같은 사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신과 늘 함께 했으면 좋겠어. 예를 들면, 지난 5월 2일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청소년들과 네티즌들의 그 아름다운 촛불을 나이든 시민들이 먼저 들고 나올 수도 있는 그런 정신 말이야.
하하, 시작부터 좀 거창했네. 사실은 감옥에서도 'TV'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인데. 비록 자유를 박탈당하고 우리에 갇힌 슬픈 존재가 돼 버렸지만 감옥은 옛날의 감옥이 아니더라. 안팎의 노력, 특히 인권 사회단체들의 노력으로 감옥이 '인권 친화적'인 방향으로 많이 바뀌고 있거든. 여기서도 "사람들의 좋은 뜻이 그리고 말과 실천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구나"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어. 앞으로도 더 좋아지겠지.
현재는 일요일, 운동이 안 되는 날이야. 토요일은 격주만 운동이 되고 평일은 30분만 된다. 일요일은 접견도 안 되고 미결수의 경우 종교집회도 안되기 때문에 이 좁은 감옥 안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못나가게 돼있어. 아무리 죄수라지만 너무 끔찍한 형벌을 일요일마다 겪고 있는 거지.
심지어 흉악한 죄수라 해도 인권이 있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하는데 그분들께는 "흉악한 죄수에게도 동물에게도 인권, 생명권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해주는 것 자체로도 옳은 일이며,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고귀한 인권, 생명권이 있겠냐고, 모든 생명들에게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더) 절대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존엄성이 있는 것이다"고 했던 누군가의 가르침을 전해주고 싶어.
돌이켜보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국민들의 촛불 항쟁도 인권과 인간존엄성의 기본인 '생명과 건강'을 깡그리 무시한 정책을 막무가내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와 저항에서 기인했던 것이었잖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명의 존엄성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는 것 같아.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식을 시켜 채운 인간의 자본에 대한 탐욕이 인수공통질병인 광우병을 발병시켜 소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만 봐도 이윤과 탐욕이 아니라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으로 세계를 재조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곱씹어 보고 있어.
전 세계 사회 운동은 바로 이 지점, 자본과 제국의 탐욕이 인간과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에 맞서 범세계적인 저항운동을 더욱 활성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어. 에구, 감옥에서 생각을 많이 해도 나는 수찬이처럼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 구나. 이해해라.
다시 편지 이야기로 돌아가면, 수찬이 편지보고 바로 답장 쓰려고 했는데, 첫 감옥생활에 검찰조사까지 받다보니 경황이 없어서 이제야 답장 보내게 됐어. 7월 24일 첫 재판을 받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촛불이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인 만큼 촛불들의 마음을 모아 담담하면서도 당당하게 재판에 임하고 있어.
감옥생활이 7월 24일 현재 30일째야. 감옥이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고 하지만, 이 큰 답답함과 갑갑함을 숨김 길이 없구나. 솔직히 힘들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촛불시민들과 끝까지 함께 해야 하는데 6월 25일 덜컥 구속돼서 그러지 못하고 있는 이 현실이 가장 안타깝구나.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생각을 하니까 힘이 번쩍 솟더라고. 먼저 지난날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싸우다 수 십 년씩 갇혀 있었던 선생님들을 생각하니 지금의 내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힘이 막 났어. 또 수찬이 네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89년도부터 최근까지 우리들의 친구, 선후배들이 얼마나 많이 생사를 달리했고 얼마나 많이 감옥신세를 져야 했던가….
떠올리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우리가 대학에 입학한 91년도부터 90년대만 해도 수천 명의 대학생들이 구속됐거든. 당시 참 힘들었던 것이 난 운이 좋아서였는지 감옥이 나를 자꾸 비켜갔는데 후배들은 구속되고 어머님들은 서럽게 눈물 흘리는 모습을 감옥 밖에서 지켜보는 것이었어. 그것이 참 고통스러웠는데 이제야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그래서 감옥생활은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어. 오히려 지금도 고생하고 애쓰는 조계사 농성단과 촛불시민들에 비하면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108배 동참하며 미안함을 달래고 있고 틈만 나면 재소자들과 촛불이야기도 나누고 있어.
수찬이 네가 한겨레신문 기자니까 하는 말인데 이곳에서도 수감자들이 대부분 조중동을 보고 있어. 너무나 슬픈 풍경이지. 물론 나쁜 범죄로 수감된 분들도 많지만, 딱한 사정으로 수감된 분들도 많은데 그런 딱한 사정, 잘못된 사회구조, 그리고 갇혀있는 이들에 대해 일말의 연민과 관심도 없는 조중동을 그들이 보고 있다는 거야.
내가 <한겨레>, <한겨레21>, <시사IN>을 마구 돌리고 있단다. 이 기회에 <한겨레>, <경향신문>, <시사IN> 등이 함께 수감자들에게 보내주기 운동이나 구독캠페인을 하는 것은 어떨까. 정기구독이 가능하거든. 이곳에서도 촛불의 뜻에 공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거든. 그런데 바로 그들이 촛불을 극도로 왜곡하는 조중동을 보는 모습이 너무 슬프지 않냐?
마지막으로 내가 7.30 교육감 선거 부재자 투표를 한 이야기를 해줄게. 감옥에 갇힌 주제로 세상의 촛불들과 연대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도 부재자 투표가 된다는 것을 알고 나름 절차를 거쳐서 신청했어. 동료재소자들에게도 신청하자고 제안 드렸고. 그랬더니 드디어 부재자 투표기회가 7월 23일 온 거야. 이명박 정권의 인정사정없는 반교육적 정책, 엄청난 사교육비 증가 정책에 당장 제동을 걸어줄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어.
너도 물론 투표를 하겠지만 7월 30일 교육감 투표를 모르거나 안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니까 걱정이야. 수찬이 너라면 이 중요한 행사를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 믿어. 갇힌 이의 특권으로 부탁하는데 7월 30일 투표 참여 운동을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기 바란다. 촛불들의 염원이기도 하고 감옥에서 TV도 볼 수 있고 (비록 구치소측이 제공하는 프로그램만, 그것도 9시까지만 볼 수 있지만) 부재자 투표도 아주 자유롭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가 발전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어.
문제는 인권, 민주주의, 국민의 삶의 질, 사회 공공성과 사회 정의 같은 것을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는 이명박 정권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는 것 같아. 몇 달간 보여준 그 아름답던 촛불을 계속 이어가면서 이명박 정권에 제대로 그리고 슬기롭게 저항하는 수밖에….(좋은 수가 없는지는 더 고민해 볼게)
'한겨레의 안진걸' 소중한 벗 수찬아, 우리 힘내자!! 촛불시민들과 함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으니까. 서로를 격려하고 북돋우며 "길고, 굵게" 저항하며 사랑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자. 난 이곳에서 네 말대로 반성과 성찰도 많이 할게.
참 못쓴 글 다 읽어주어 고마워. 촛불의 추가적 승리를 기원하며 감옥 안에서도 소박하지만 간절하게 촛불을 밝히고 있으마. 언젠가 밖에 나가게 되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럼 안녕~.
- 서울 구치소 179번.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실무자 안진걸이 씀

* 본문은 안수찬 <한겨레신문> 기자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 본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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