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남, 공청회 한번 없이 온라인마권 발행 법안 발의
▶ 사행산업으로 세수충당
▶ 도박으로 인한 폐해 심각…전 국토가 도박장 돼나
[시사뉴스 김정기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승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고흥 · 보성 · 장흥 · 강진군)이 ‘한국마사회 온라인 마권 발매 근거법’을 발의했다.
공동발의자는 ▲이상직 ▲인재근 ▲이용빈 ▲민형배 ▲위성곤 ▲오영훈 ▲최종윤 ▲송옥주 ▲윤재갑 ▲소병훈 ▲송재호 ▲이개호 ▲민홍철 ▲이수진(비) 의원 등 총 15명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마사회는 2009년부터 추진해온 ‘온라인마권 발행’에 성공하게 된다. 또한 이제 스마트폰으로 성인인증만 받으면 누구나 어디서나 경마를 즐기고 배팅이 가능해진다. 일각에서 ‘온라인마권 발행’을 ‘전 국토의 도박장화’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코로나19로 멍드는 스포츠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이른바 코로나19는 모든 산업을 위축시켰다. 그중 가장 타격이 큰 곳이 대규모 관중이 모이는 곳이다.
무관중으로 치르는 프로야구의 경우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구단은 4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사회 또한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약 2만3천 명이 종사하고, 3조4천억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말 산업의 붕괴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세수 감소 추정액은 농어촌특별세(국세) 825억 원, 레저세와 지방교육세(지방세) 5773억 원에 달한다. 특히 축산농가 지원을 위한 축산발전기금도 938억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밝힌다.
마사회가 주장하는 2020년 2월부터 지난 6월까지 피해 규모는 4조 6209억이다. 코로나19로 무관중으로 경마가 진행되며 상금이나 관련 종사자에 대한 인건비, 훈련 비용 등은 그대로 지급되며 적자가 지속해서 누적된다는 것.
이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온라인마권 발행이다.
김승남 의원과 마사회의 주장을 종합하면 ‘한국마사회 온라인마권 발매 근거법’은 10조 원에 이르는 거대산업을 위한 법률이 되는 셈이다.
공청회 한번 없이 추진되는 10조 산업 ‘온라인마권’
2013년 당시 마사회는 용산 성심여중ㆍ고 인근 지상18층 지하7층 규모의 화상경마장을 짓기로 결정, 2015년 5월 용산경마장을 개장한 바 있다.
당시에도 주변 시민들과 학생들의 격렬한 반대와 ▲국민권익위의 철회 권고 ▲서울시의회와 용산구의회의 반대 결의안 등이 있었음에도 마사회는 이를 무시하고 운영을 지속했다.
결국 1500여일에 걸친 학생들과 시민들의 반대 투쟁 속에서 청와대와 당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를 통해 용산 화상경마장은 2017년 폐지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화상경마 ▲화상경륜 ▲화상경정 등 도박시설 진입 금지’를 담기도 했으며, 용산화상경마장 폐지에 청와대가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용산 화상경마장 폐지에 앞장섰던 김율옥 대표(성심여고 교장수녀 겸 용산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는 2017년 8월 ‘폐쇄협약’에서 “사행을 산업이라고 말하는 국가가 과연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국가인가”하는 질문을 통해 “오늘 이 협약식이 전국의 화상경마도박장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이 마련되는 시발점이 되기 바란다” 밝혔다.
또한 폐지운동에 함께했던 용산구의회 설혜영 의원은 “2017년 당시 1500여 일에 걸친 노숙농성과 집회를 통해 겨우 화상경마장 하나를 폐지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으로도 경마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허탈하다”며 “현재 경마장 등에서 마권을 구매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우리 동네 서민들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입법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온라인마권 발행과 함께 시행되는 온라인 중계는?
2016년 부천오정경찰서는 한국마사회 화상경마장에서 경주 영상을 몰래 촬영해 불법 경마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하던 이들을 체포한다.
현장중계가 불가능하니, 이런 편법을 통해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경마를 중계하며 자신의 사이트에서 배팅하게 한 것. 한국마사회법으로 구속된 일당의 통장에는 현금 50여억 원이 들어 있었다.
온라인마권 발매는 온라인 중계가 함께 진행된다. 흔히 ‘말밥주는 이들’이 과천까지 화상경마장까지 갈 필요 없이 자신의 집에서 중계를 보며 배팅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볼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불법마권업자들이 중계를 위해 모험을 강행할 필요없이 편하게 자기들의 고객(?)들에게 경기를 중계할 수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본인인증을 통해 마권을 구매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나 불법적으로 한도액을 넘는 배팅을 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법 통과 후 시행령 등을 통해 규제책을 마련하겠다” 밝힌다.
김승남 의원실 관계자도 “매출 총량제를 도입하고, 온라인마권발매와 함께 장외 화상경마장을 페지하겠다” 밝힌다.
그럼에도 온라인에 익숙한 청소년들의 불법적인 배팅과 온라인 중계를 활용한 불법마권업자들에 대한 대책에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 못 하고 있다.
또한 입법과정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김 의원실 관계자는 “말산업 존속을 위한 대책으로 입법을 하며, 상임위 토론을 거쳐야 하는 등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답했다.
10조 원에 이른 거대산업의 앞날을 좌우하고 국가적인 사행산업으로 비난받는 ‘온라인마권 발행 법안’이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없이 추진되는 것이다.
83조원 시장 불법사행산업
2016년 형사정책연구원이 밝힌 국내 불법사설경마 규모는 13.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마사회는 물론 스포츠토토 등 국가가 인정한 합법사행산업 규모가 2015년도 기준 21조원인데 반해 불법사행산업 규모는 83.7조원이다.
마사회의 주장은 불법마권 발행이 확산되는 원인은 구매자 측면에서 ▲무제한 배팅이 가능하고 ▲접근성이 용이한 점.
온라인마권이 현재 100% 불법마권이 점유하는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불법마권의 수요을 잠식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어차피 불법적인 온라인 시장이 존재하니 ‘온라인마권 발행으로 그 시장을 마사회가 가져오겠다’ 는 주장이다. 또한 스스로도 실황중계를 통한 불법마권의 활성화를 인정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마약이라는 불법적인 물질이 엄연히 유통하니 국가가 이것을 유통하자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마약 등의 중독성 물질은 육체의 한계에 부딪히며 멈출 수 있으나 도박은 정신적 중독으로 한계가 없다” 말하며, “특히 마권의 경우 일반 도박과 달리 빠르게 승부가 나며 시각적인 흥분을 자극해 그 중독성이 다른 도박에 비해 강하다” 주장한다.
마사회가 주장하는 손쉬운 접근과 불법 마권 시장의 흡수는 결국 ‘손쉽게 도박을 접한 중독자들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그는 결론짓는다.
김승남 의원이 발의한 ‘한국마사회 온라인 마권 발매 근거법’은 현재 발의 상태로 상임위 상정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